‘주 64시간 노동’ 신입직원 극단적 선택…회사대표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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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19. 오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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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덕이었던 장시간 노동 이젠 위법”
근로기준법 위반 벌금 400만원 선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 64시간을 넘게 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신입직원의 회사 대표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로를 요구하던 기존의 근로 관행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판사는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게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전자상거래업체 대표 ㄱ(54)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회사 회계팀에 입사한 신입직원 ㄴ씨가 2014년 11월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근무한 시간은 64시간20분이다. 그가 사용한 회사 컴퓨터 메신저의 로그 기록은 1년이 지나 삭제됐고 당시 회사엔 출퇴근 확인 장치 등도 운영하지 않아 노동시간을 확인할 만한 기록이 없어 법원이 ㄴ씨의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인정한 근무시간이다. 2014년 11월24일 오전 9시20분에 출근한 ㄴ씨는 철야근무 끝에 다음날 오전 6시50분에 퇴근하고, 집에서 3시간도 채 쉬지 못하고 다시 출근해 11시간을 연이어 근무한 적도 있다. 과로에 시달리던 ㄴ씨는 결국 그해 12월3일 회사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ㄴ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고 ㄱ대표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법에서는 노사가 합의했을 경우 주당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할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ㄱ대표는 법정에서 “연장 근로 사실이 증거로 증명되지 않았고 연장 근로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계팀은 상당히 일이 많아 야근하는 것이 통상적이었고, ㄱ대표가 국외에 자주 체류하는 등 한국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고 해도 야근이 많은 근무상황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될 정도의 고통이 있었다면 그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숙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한때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이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과로를 요구하던 기존의 근로 관행에 따른 행위에 일정한 경고를 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이 범행에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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