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쓰러져 사망한 여교감…순직 재심요청도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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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2.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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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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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취소해달라" 청구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촉구 6차 집회를 하고 있다. 2023.08.26. chocrystal@newsis.com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학교에서 근무 도중 쓰러져 사망한 50대 여성 교감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에 순직 유족급여를 신청했다가 기각<뉴시스 2023년 9월19일 보도>을 당한 가운데 이 같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재심 요청도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는 12일 "학교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A교감의 순직 심사 청구를 재심의한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가 유족 측의 신청을 기각하고 7일 결정서를 송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해보상위는 고인이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사건, 문제학생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고혈압 등 개인 질환이 있었다며 순직 급여 청구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A교감(당시 55세)은 2022년 10월25일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보건실을 찾았다. 보건교사는 A교감의 상태를 보고 응급상황으로 판단해 119에 신고했는데 곧바로 A교감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교감은 심장자동충격기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유족은 A교감이 교내에서 과도한 업무로 사망한 것을 이유로 인사혁신처에 순직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순직 유족급여는 공무원이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해 재직 중 사망하거나 퇴직 후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사망한 때 유족에게 지급된다.

하지만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지난해 5월 말 초과근무내역 등을 고려해볼 때 숨진 교감에게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사망과 공무 사이에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부지급 결정 처분을 내렸다.

유족은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숨진 교감이 초과근무기록을 남기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과다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형식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근무한 기록과 업무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족은 숨진 교감이 평소 다른 교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초과근무 지양을 주문한 상황에서 학교업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초과근무를 달지 않은 채 정해진 퇴근시간 이후에도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학생 문제와 관련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교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문제와 아동학대 신고 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을 상담하는 업무 등이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언과 욕설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담임 교사가 장기간 병가에 들어간 학급 지도나 교직원 휴직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발생한 결원을 채우기 위한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등 대체인력 채용 업무까지 가중되면서 과도한 근로에 시달렸다고 반박한다.

A교감은 교육장 표창 5회, 교육감 표창 8회, 장관급 표창 1회, 국무총리 표창 1회 등을 받을 정도로 성실하고 모범을 보인 교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이 같은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휴대전화 통화 상세내역과 업무일지, 사실확인서, 공문 결재내역, 경력증명서 등을 인사혁신처에 함께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 재차 인사혁신처 측은 이러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유족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면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관할 행정법원에 처분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유족 측은 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이날 "이번 기각 결정은 업무 포화상태에 놓인 교감의 현실과 악성 민원, 생활지도 거부,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교직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고인의 업무일지와 휴대전화에 녹음된 내용에는 고인이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하게 교감 직에 임했는지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결정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어떤 학교장과 교감이 쏟아지는 민원과 업무를 책임지고 교권 보호에 적극 나설 수 있겠는지 반문한다"며 "교총은 고인과 유족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행정심판 소송비 지원에 이어 유족의 원할 경우 행정소송비 지원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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