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땐 하루 1000만원씩 배상” SK하이닉스 HBM 연구원에 판결…‘기술 유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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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07.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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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개발한 5세대 HBM ‘HBM3E’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요소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도업체 SK하이닉스에서 일했던 연구원이 퇴사 후 약정을 어기고 후발주자인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HBM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력 빼가기’를 통해 해외 경쟁 업체로 기술이 유출될 우려도 커졌다.

7일 법조계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오는 7월26일까지 이를 위반할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가 SK하이닉스에서 얻은 정보가 마이크론으로 흘러갈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D램과 HBM 사업의 핵심 인력이었다. HBM 사업부 수석, HBM 디자인부서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을 맡다가 2022년 7월26일 퇴사했다. A씨는 퇴직 무렵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업체에 2년간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를 어긴 채 마이크론에 임원급으로 이직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전직금지 약정 기간이 5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반도체 기술, 특히 HBM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법원이 기술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만큼 이직에 지대한 기술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약정 기간이 1년쯤 남아도 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5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가처분을 인용한 것도, 1일당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라고 했다.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4세대 HBM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53%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38%)와 마이크론(9%)이 뒤를 이었다.

차세대 개발·양산 경쟁은 격화하는 모양새다. 그간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마이크론은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5세대 ‘HBM3E’ 양산 소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2단 36GB(기가바이트)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조만간 8단 24GB HBM3E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이렇다보니 ‘K반도체’는 산업 기술 유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려 중국에 ‘복제공장’을 세우려 한 삼성전자 전 임원 등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한 전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은 전년보다 3건 증가한 23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까지만 해도 3건에 그쳤던 반도체 유출 적발 건수는 지난해에만 15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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