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간호사인 A씨는 둘째를 임신했습니다. 6개월간 한 병원의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며 투석액을 혼합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A씨는 투석액을 섞을 때마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초산 냄새를 맡아야 했습니다. 이후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서 선천성 뇌 기형, 무뇌이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2015년 뇌병변 1급 장애진단을 받았고, 2년 뒤 사지마비 진단도 받았습니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고, 최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업무상 재해인 걸 인정받았습니다.
태아산재법은 임신 중인 노동자가 유해하거나 위험한 요인에 노출돼 자녀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거나 사망한 경우 정부가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역학조사평가위는?
“초산을 공기 중으로 흡입해 급성 폐손상, 또 화학성 폐렴이 발생해 저산소증이 발생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한 사례로 봤을 때 근로자는 임신 중 반복적으로 폐손상 및 저산소증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
평가위의 조사 보고서엔 “저산소증은 뇌와 관련된 기형을 유발하는 잘 알려진 요인으로 노동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시기는 뇌의 기형 발생에 취약한 시기였다”고 돼 있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통화에서 “A씨 자녀의 상병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해 지난달 15일 태아산재가 최종 인정됐다"고 말했습니다. 태아 산재가 적용되면 아이는 요양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직업재활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태아산재법은 태아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진 화학물질 1400여개 중 17개로만 한정하고 있어, 이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