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 학생들 지도하다 '학대' 피소…극단선택 교사 순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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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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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 처분…인사 불이익 이어져
법원 "교사 자긍심 부정되자 극단 선택"
학교폭력 사건에서 훈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벌을 줬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교사가 학교당국으로부터 이어진 반복적인 불이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이 교사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11일 고 백두선 교사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백 교사는 지난 2019년 7월 전남 고흥 금산중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지도하다 체벌해 학부모로부터 A군을 학대한 혐의로 피소됐다. 
 
백 교사는 A군을 포함한 학생 6명이 친구를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가해 학생들의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고 A군에게는 "맞을래"라고 말했다. 
 
검찰은 같은 해 10월 백 교사가 훈육 과정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 등을 들어 재판에 넘기기 않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처럼 형사적 처분은 마무리됐지만 교육당국의 인사 불이익이 이어졌다. 
 
전남교육청은 이듬해인 2020년 1월 "백 교사가 적극적으로 지도한 건 바람직하나 학생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견책 징계를 내렸고, 성과상여금과 기말수당 지급 대상자에서도 제외됐다. 
 
또 2021년 3월 비선호 지역에 있는 한 중학교로 발령받아 또 다시 생활지도와 학교폭력 업무를 맡게 됐고 이에 대한 부담으로 발령 6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백 교사의 사망을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으로 봤다. 
 
재판부는 "백 교사는 평소 관련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솔선수범하여 학생들을 지도해왔는데, 기소유예 처분 이후 아동학대범으로 주위의 비난을 받게 됐다"며 "2020년 3월 다른 학교로 복귀한 뒤에도 학생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무력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백 교사를 '학생에 대한 상습적인 신체적 폭력 관련 사유로 징계를 받은 자'로 볼 수 없다"며 성과상여금 지급 대상자 배제 결정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목적과 무관하게 훈육이 아동학대로 평가받는 등 백 교사가 30년 가까이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됐다"며 "형사 및 징계가 가볍게 마무리됐는데도 상여금과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고, 징계성 전보 조치로 비선호 근무지역에 발령받자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인사혁신처는 항소를 포기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교사들의 죽음과 정서적 인과관계까지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판단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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