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장기간 일한 퇴사자가 중국으로 취업하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했다는 의심이 있다면 전직을 금지할 수 있다고 봤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부장판사 박범석)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퇴사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법원은 "A씨는 퇴직 후 2년간 경쟁업체에 근무하거나 우회취업으로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08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OLED 생산의 핵심 공정 중 하나인 ELA 공정 업무의 그룹장(PL)을 맡았다. 작년 1월 퇴사한 A씨는 회사와 국내외 경쟁업체로의 이직 금지를 약속하는 약정을 맺고 8000여만원의 약정금을 받았다.

문제는 A씨가 작년 8월 소형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를 생산하는 중국의 한 영세업체 B사에 취업하면서 발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A씨는 디스플레이와 무관해 보이는 중국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을 한 것"이라며 지난 3월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A씨 측은 "B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업체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법원은 "A씨가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사는 소속 직원이 7명에 자본금이 1000만 위안(약 19억원)에 불과한 영세 업체"라며 "A씨의 경력과 급여 수준 등을 고려하면 B사에 진정으로 취업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레이저 치료기기의 반제품 개발업무를 담당한다고 주장할 뿐 실제 담당 업무나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라고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일한 공정은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핵심기술인 AMOLED(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 공정 기술"이라며 "경쟁업체가 취득할 경우 해당 업체는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절약해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