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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공고보고 입사했는데 기간제 계약…'수습 갑질' 여전



사건/사고

    정규직 공고보고 입사했는데 기간제 계약…'수습 갑질' 여전

    직장갑질119, 부당해고·기간제 계약 강요 등 지적
    "'수습 노동자는 해고가 자유롭다'는 것은 오해"
    "근로기준법상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 수준으로 보호"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사례1. 3개월 수습을 조건으로 정규직 근로계약을 하고 수습기간 3개월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수습 막바지에 갑자기 대표가 수습을 연장하든지, 수습 종료와 함께 계약해지, 계약직으로 전환하든지 세 가지 중에 선택하라고 했거든요. 업무성과가 저조하다거나 태도가 불성실하다거나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수습 연장을 해 봐야 대표가 계속 이렇게 나올 것 같아서 수습 종료와 함께 계약 해지를 선택하고 회사에 해고통지서를 달라고 했는데 회사에서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고 싶다고 하다가 이를 거절하자 그냥 계속 다니라면서 말을 바꿨습니다.

    #사례2.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했는데, 근로계약서는 3개월 기간제 근로계약서(별도 협의가 없을 경우 3개월 연장)를 작성했습니다. 회사는 기간제 계약서지만 본인이 그만두지 않으면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하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 정규직 전환 여부와 함께 연봉 인상을 문의하자 바로 구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여전히 일부 기업에서는 수습 직원에 대한 부당해고나 기간제·프리랜서 계약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등 이른바 '수습 갑질'이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에 절실한 청년들의 고용 불안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총 1114건 중 근로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갑질은 154건으로 13.8%에 달한다.

    취합한 사례를 바탕으로 단체가 선정한 수습 노동자들이 주로 경험한 5대 갑질은 △부당해고 △기간제·프리랜서 계약 강요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수습기간 일방 연장 △직장 내 괴롭힘 등이다.

    직장갑질119는 "수습 노동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해고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많은 수습 노동자들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추상적인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있다"며 "그러나 수습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상 해고 규정은 모두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해고 시기 등을 서면 통지해야 하고, 만약 수습기간이 3개월보다 길어 계속 근로 기간이 3개월을 넘겼음에도 30일의 예고 기간 없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 '해고예고수당'도 받을 수 있다"며 "회사가 해고 사유와 절차, 양정을 지키지 않았다면 당연히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이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수습기간에는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해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일쑤"라며 "이 때문에 앞선 '사례1' 처럼 노동자가 해고 절차 준수를 요구할 경우 부담을 느끼고 해고를 철회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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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습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감을 악용해 처음 약속과 다른 고용형태 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사례2'와 같이 정규직 채용공고로 구직자를 유인한 뒤, 수습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하는 수법이다. 취업이 절실한 청년 노동자들은 이 같은 계약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안고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단체 설명이다.

    여성 수습 노동자의 경우 채용 공고에는 없었던 유니폼 착용을 강요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노동자는 "20인 규모의 회사다. 2개월 수습기간 중이라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근무 중인데, 채용공고에 써 놓지 않았던 유니폼을 저한테만 입으라고 강요했다"며 "거부했더니 '인상이 면접 때랑 다르게 어둡다'며 막말을 한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채용절차법은 구직자를 채용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수습기간에는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문제제기를 더 어려워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년 이상 기간을 계약하는 경우 3개월의 수습기간을 설정해 수습기간 동안 임금을 감액해 지급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감액하는 금액이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을 경우 처음 약속했던 임금을 전부 줘야 한다.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면 임금체불로 관할 노동청에 진정·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수습 노동자들도 당연히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며"며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회사가 조사나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현장에서는 혼용되고 있지만 수습, 시용, 인턴 등은 모두 다른 개념이므로 수습 노동자들 역시 뜻을 정확히 알고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 김하나 변호사는 "수습 기간은 확정적으로 근로계약은 체결하되 사업장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능력을 갖추기 위해 훈련 또는 교육하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턴제도', '시용계약'과 같이 사회 초년생의 불안정한 지위를 전제한 법률관계가 확산하면서 수습사원에 대해서도 불이익한 계약관계를 강요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수습사원은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는 지위이므로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점검과 후속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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