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원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임금”…정부의 ‘공갈’ 주장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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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6.29. 오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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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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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방문을 앞두고 항의집회를 진행했다. 류인하 기자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건설업체로부터 받는 ‘월례비’가 사실상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는 그간 월례비 요구가 ‘공갈’이라며 노동계를 몰아붙여왔다.

대법원은 29일 전남 담양군 소재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 대양건설산업이 타워크레인 회사 소속 운전기사 장모씨 등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월례비가 임금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운전기사들이 월례비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본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장씨 등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대양건설산업이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 등 시공사 2곳으로부터 하도급받은 공사현장 6곳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차계약은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과 타워크레인 회사 간 체결됐다.

운전기사들은 “업계 관행”이라며 시간외수당 및 월례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가량의 돈을 달라고 대양건설산업에 요구했다. 이에 대양건설산업은 장씨 등에게 총 6억5000만원가량을 월례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후 대양건설산업은 “우리는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을 뿐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과는 어떠한 계약도 체결한 사실이 없다. 작업거부나 태업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했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운전기사들은 “타워크레인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대양건설산업이 대신 지급한 것이거나 대양건설산업이 사실상 사용종속관계 또는 파견 관계에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임금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1심은 대양건설산업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대양건설산업의 월례비 지급이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더 나아가 월례비에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양건설산업과 기사들 사이에는 월례비 상당의 돈을 증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 계약이 있었다”며 “기사들은 이에 따라 월례비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청업체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돼온 관행으로서,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갖게 됐다”고 판단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21일 ‘항소심 판결이 정부의 방향과는 다른 감이 있다’는 질문에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린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들을 대리한 민주노총 광주법률원 김성진 변호사는 “정부는 월례비를 부정한 금품으로 전제하고 이를 수수하면 면허를 정지하거나 월례비 요구 시 공갈에 해당한다며 수사를 해왔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월례비가 부정한 금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부 주장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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