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400만원 임금 떼인 이주노동자에 “비자 연장해주지 않았냐”는 정부

강연주 기자    이보라 기자
위험한 일터·숙소의 이주노동자들 관련 일러스트

위험한 일터·숙소의 이주노동자들 관련 일러스트

농장주로부터 3400만원이 넘는 임금을 떼인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해당 농장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고용노동부가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신고하지 않아 임금이 체불되고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설혹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와의 관계 때문에 임금체불 사실을 신고하지 못했더라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은 임금체불 사실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노동부는 지난 3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캄보디아인 A씨는 지난 2월 안산지원에 상습·장기 임금체불을 한 농장주와, 해당 농장에 외국인 고용을 허가한 정부를 상대로 각각 7000만여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 문제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것은 A씨 사례가 처음이다. A씨는 2016년 7월부터 3년8개월 동안 임금을 체불당했다. 이후 노동부 조사에서 인정된 체불임금만 3400만원이다. 농장주 박모씨는 2020년 6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돼 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관련 기사 : [단독]임금 3400만원 떼인 이주노동자에게 “돌아가라”는 법무부)

A씨 측은 정부가 사업장에 대한 사전 감독을 소홀히 한 탓에 A씨에게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일하던 농장은 그를 고용하던 일부 기간 동안 임금체불에 대비해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에 미가입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농장주는 비슷한 기간 A씨뿐 아니라 또 다른 이주노동자 B씨의 임금도 체불했다. 외국인고용법상 고용주의 임금체불 등으로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노동부는 고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지난 3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A씨의 근무기간 동안 임금체불에 대한 상담, 사업장 변경 신청, 체불 신고 등 어떠한 종류의 민원도 접수한 사실이 없다”며 “A씨의 임금체불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2018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의 근무 중 보증보험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A씨 퇴사 하루 전날인) 2020년 3월26일 가입 처리됐다”며 ‘문제 없다’고 했다. 또 법을 위반한 농장주를 경찰에 고발해 유죄를 받게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했다.

노동자 관련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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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측은 법무부 또한 임금체불 피해자인 A씨에 대한 체류를 불허했다며 소송 대상에 올렸다. A씨가 농장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2020년 10월 법무부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안산출장소는 그가 신청한 비자 연장을 불허했다. A씨는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을 했고, 그제서야 법무부는 2020년 11월5일 체류자격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도 지난 3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A씨가 적법하게 국내에 머무를 수 있게 조치하는 등 필요한 의무를 모두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A씨가 (출입국청으로부터 한 차례) 불허 처분을 받은 바 있지만 출국 기한 전에 다시 재처분을 받았기에 체류기간을 도과해 국내에 체류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A씨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노동부는 이주 노동자 사업장에 대해 필요한 감독을 해야 하며, 이주 노동자에게 적절한 사업장을 알선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일면식도 없는 사업주가 아니라, 한국 정부를 믿고 이곳에 일을 하러 온 이주노동자가 입은 피해를 인정하고 보전해주기는커녕 책임 회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추후 법무부가 A씨에게 추가로 발급한 비자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법원에 문제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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