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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회사에 놀러 다니냐”…연차 막은 상사, 책임 면한 이유는?

김대영 기자
입력 : 
2023-03-27 14: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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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팀원이 연차휴가를 내는 과정에서 직장 상사가 폭언을 사용했지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민사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신헌기 부장판사는 팀원 A씨가 같은 회사 상사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B씨가 “허위 내용에 따른 고소는 불법행위”라면서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을 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B씨가 같은 회사 남자 대리와 고객사 소속 여자 대리가 상담실에서 장시간 나오지 않자 A씨 등에게 ‘화장실에 콘돔 등 이상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주장이다.

또 B씨가 병가와 연차휴가를 낼 때 “하는 일마다 마음에 안 든다”라거나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지 무책임하다”, “회사에 놀러 다니냐”는 등의 폭언을 했다.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봤지만 고용부의 시정명령과 행정지도에 따라 B씨를 감봉 3개월에 처하고 근무지를 본사로 이동하도록 조치했다.

A씨는 B씨가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신고 이후 악의적으로 저평가해 승진 탈락, 상여금 누락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적응장애 등의 업무상 질병도 얻게 돼 장기간 휴직을 하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치료비, 위자료 등을 청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가해행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연차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폭언 등도 괴롭힘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신 판사는 “A씨가 작업을 위한 약속시간을 어긴 경우와 업무실수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꾸짖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수고 많았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회신달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일 연차를 사용하는 A씨가 새벽 5시경 B씨에게 ‘몸 상태가 안좋아 10시 출근하도록 할게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해 ‘알겠습니다. 컨디션 안 좋으면 쉬어도 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신청한 연가가 특별히 반려된 바는 없고 그에 따라 총 연차 128시간 중 124시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신 판사는 “A씨가 B씨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직속상사인 B씨가 지시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 내의 행동’이라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며 “회사도 이에 관한 징계사유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반대로 A씨에게 낸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진정하거나 고소한 내용인 성희롱과 괴롭힘은 모두 허위라면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변호사 비용과 근무장소 이동 등에 따른 이사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 판사는 “B씨에 대한 고소는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A씨의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관련 진정 내요지는 고소 내용 중 대부분이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사실과 다소 다른 부분은 정황의 과장에 지나지 않거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한 것에 불과해 허위의 사실을 고소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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