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39분 일한 택시기사…법원 "해고해도 징계권 남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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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9. 오전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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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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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운송수입 낮고 영업·운행시간 평균 미달

근로자 신청에 노동위는 '부당노동행위'

법원, 사측 손들어줘…"징계권 남용 아냐"

"전체 사기 저하 우려…가볍게 볼 수 없어"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법원이 평균 운행·영업시간을 지키지 못한 택시 운전기사를 해고한 사측의 징계 결정은 권한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은 한 택시회사가 소속 근로자 A씨에 대한 해고 처분 관련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택시회사는 2020년 10월 A씨에게 불성실 근로 및 저성과 근로를 사유로 견책 징계를 내렸다. 이후 같은 해 11월 열린 징계위원회에서는 A씨의 징계해고를 의결하고 11월 해고통지서를 교부했다.

사측이 제시한 해고 사유는 A씨의 운송수입금이 평균과 비교해 현저히 낮고, 영업시간도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이유다.

사측에 따르면 이 회사 근로자의 하루 평균 운송수입금은 약 26만8000원인데, A씨의 경우 4만2000여원으로 전체 근로자의 15.8% 수준이다. 다른 근로자들의 하루 평균 영업시간이 5시간10분인데 반해 A씨는 하루 평균 39분만 일해 이 역시 전체 대비 12.6%에 불과했다.

회사 노조 분회 소속 분회장으로 활동하던 A씨와 노조는 해고 징계에 반발해 2020년 12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이듬해 3월 지노위로부터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지노위는 A씨의 나머지 구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뿐만 아니라 사측도 반격에 나서 2021년 4월 상급 심의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는 이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고 사측은 그해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A씨의 택시 운행·영업시간 및 운송수입금이 평균 대비 크게 낮고, 동종 사유로 징계를 받은 전력을 고려하면 해고 사유는 충분하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해고를 징계재량권 일탈로 보기도 어렵다며 재심 판정은 위법하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

A씨 측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근거로 운송수입금을 기준으로 내린 징계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법 21조는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을 기준으로 정해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은 회사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2020년 법인 택시에 전액 관리제(월급제) 시행 이후 A씨의 월평균 운행·영업시간이 노사가 정한 성실 영업시간뿐만 아니라 소정근로시간도 충족시키지 못한 만큼 사측의 해고 처분을 징계권 일탈·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지어 코로나19 시기 매출 타격으로 노사가 임금 및 소정근로시간을 낮추기로 한 기준에 빗대어서도 A씨의 근무 시간이 기준을 한참 밑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평균'의 정의상 누군가는 월평균 1일 운행·영업시간 및 운송수입금이 전체 근로자 평균에 미달할 수밖에 없어 이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2020년 1~8월 A씨의 평균 운행 시간은 근로자 평균 운행 시간의 60%를 넘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A씨의 이 같은 근무 태도가 조직적 사기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택시회사 수입 구조상 특정 근로자의 불성실 근로는 사용자의 경제적 손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준 이상을 달성한 다른 근로자의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사기를 저하할 우려가 있다"며 "실제 이 회사 소속 다른 근로자들이 A씨의 업무량 등에 박탈감을 느낀 점을 고려하면 영업시간 등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징계 과정에서 A씨의 업무 내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단체협약이 정한 해고 전 단계인 승무 정지를 이미 2회 받은 점을 고려하면 회사로서는 A씨의 반복적인 동종 징계사유에 대해 현실적으로 징계해고 외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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