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짐짝처럼···하청직원들 트럭 짐칸에 ‘싣고’ 옮긴 대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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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06.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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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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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들이 트럭 짐칸에 탄 채 작업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하청노동자들을 트럭 짐칸에 태워 작업장까지 이동시킨 하청업체들의 관행에 조치를 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 법인과 조선소장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법 위반은 인정되지만 재판을 열 사안은 아니라고 검찰이 판단할 때 내리는 처분이다.

6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에 따르면,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지난 5일 대우조선해양 법인과 우제혁 조선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거통고지회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일부 하청업체들이 매일 아침 하청노동자를 탈의실부터 작업현장까지 1t 트럭 짐칸에 태워 이동시키는 관행이 계속돼왔다고 했다. 거통고지회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7~8명의 하청노동자들이 50cm 높이의 노란색 쇠파이프 지지대만 둘린 1t 트럭 짐칸에 앉아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한 트럭에는 ‘위험물’이라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거통고지회는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소 내 차량 운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는 등 안전을 위한 차량 운행 규정을 정하고 있으면서, 정작 사고 시 큰 위험이 있는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은 방치해 왔다”며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3면과 천정이 막힌 공간에 좌석을 설치해서 안전하게 운행하는 등 안전 문제에서도 정규직과 하청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고 했다.

지난해 7월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 바닥에 스스로 용접한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거통고지회는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와 우 조선소장 등이 이 같은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6월7일 이들을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창원지검은 법인과 우 조선소장에게 기소유예를 내리고 박 대표는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했다.

거통고지회가 받은 불기소결정서를 보면 검찰은 우 조선소장의 피의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동종 전과가 없고 사내 교통안전 규칙 등을 마련해 이를 준수하도록 노력했으며, 의도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기소유예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에 대해서는 “조선소의 안전보걸총괄책임자는 우 조선소장이며, 박 대표가 안전상의 위험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거통고지회는 “비록 기소를 유예하기는 했지만, 검찰이 산안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만큼 노동부는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을 당장 금지키시는 강력한 지도, 감독을 해야 한다”며 “이제껏 산업법을 위반해 온 원청 대우조선해양 역시 즉각 하청노동자 화물차 승차 및 운행을 자체 규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는 “결국 현행 산안법으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언제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라며 “기업 최고경영자 역시 그 권한에 합당한 책임과 처벌이 가능하도록 산안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거통고지회는 박 대표가 ‘위험을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알지 못했을 리가 없다”며 항고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거통고지회는 지난해 6~7월 51일간 지속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주도했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이 1㎥ 철창에 자신을 가둔 ‘옥쇄 투쟁’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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