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나대한 해고 정당할까···노동법 교수 5인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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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21.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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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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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공연에 앞서 관객 체온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발레단 단원 나대한(28)에 대한 해고는 정당할까. 이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 5인(한국노동법학회 임원)에게 물어봤다.

나대한은 국립발레단이 단원들에게 내린 자체 격리 결정을 어기고 일본 여행을 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문제가 됐다. 국립발레단이 단원을 해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20일 중앙일보 기자는 한국노동법학회 임원으로 등록된 법학 교수 5명에게 나대한 해고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4명은 “나대한이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은 맞지만, 해고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했고, 1명은 “지시 위반이라는 측면에서는 해고할 만한 사안이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국립발레단 징계위원회의 의사 결정 과정과 나대한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만큼 언론으로 보도된 내용을 전제로 한 답변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종합적으로 따져 볼 부분이 많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나대한이 해고 취소 소송을 내게 되면 재판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기본 입장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장진영 기자

"정당한 지시 위반"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정당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보통 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신뢰 관계가 깨지고 회복이 불가능할 때 정당한 해고로 인정된다. 국립발레단 내부 규정상 해고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근로기준법에 나온 이 요건에 맞지 않으면 해고 무효가 될 수도 있다.

노동법학회 상임이사인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대한이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를 깼다는 점이 이 사안의 본질이다”며 “국립발레단이 코로나19와 관련해 격리라는 정당한 요구를 했는데 나대한은 그 요구를 위반했다. 사용자 지시권 위반으로 인해 조직 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으로 봐 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고를 남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격리 지시 내용이 중요"
반면 다른 4명의 노동법 교수들의 견해는 이 같지 않다. 노동법학회 상임이사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고는 근로 계약 관계에 있어서 노동자에게 사형 선고와 같다”며 “보도된 내용이 전부라면 정직 등의 중징계는 몰라도 해고까지는 과한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국립발레단이 나대한에게 자가 격리를 얼마만큼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설명했는지 등도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고 덧붙였다.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캡처]

노동법학회 부회장인 조임영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은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있어야만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다”며 “자가격리 지시를 위반한 것만으로는 그 정도 심각성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했다. 그는 “나대한이 일본을 간 동기, 그로 인한 결과와 국립발레단에 끼친 손해 등을 입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구체적 손해 의문"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학회 부회장)는 “격리 지침을 어김으로써 발레단의 조직 질서를 위반한 것은 인정이 되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징계 사유로서는 충분한 것 같은데 다른 단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지 등 해고할 만큼의 중대한 문제인지는 더 따져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학회 부회장)는 “나대한의 행동을 통해 발레단의 명예를 실추시키긴 했지만 이것으로 인해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의문이다”고 짚었다. “어느 정도는 판사 재량과 가치관에 달린 문제라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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