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80시간 초과근무…그래도 법원이 ‘순직’ 인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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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24. 오전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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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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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휴일에도 이메일·카톡 근무…연가 1일 사용, 48일간 가족 못 봐”
게티이미지뱅크


점심시간에 심정지로 쓰러진 뒤 숨진 공무원의 유족에게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거절한 인사혁신처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사혁신처는 해당 공무원이 과로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공무원의 과로 및 스트레스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정상규)는 정부부처 사무관 ㄱ씨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12월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추진단으로 파견돼 건축·토목·조경, 용지보상 지원, 국토교통부와의 협업 업무 등을 수행했다. 그는 2020년 4월23일 건축시공팀장과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12시18분쯤 주변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다 심정지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ㄱ씨는 2020년 5월11일 사망했다.

ㄱ씨 유족은 ㄱ씨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망인의 사망이 공무 및 과로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이에 유족은 “ㄱ씨는 흡연이나 음주를 전혀 하지 않고 지속해서 운동을 하는 등 평소 건강관리에 힘써왔음에도 불구하고 공무 수행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사혁신처는 “ㄱ씨의 초과근무시간이 심정지 발생 전 6개월간 43일, 합계 80시간에 불과하므로 ㄱ씨가 과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족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ㄱ씨는 공무 수행으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기존 심뇌혈관 질환이 급격히 악화됐고, 그에 따라 발생한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ㄱ씨는 평소 협심증, 뇌경색증, 비대성 심근병증 등으로 치료받고 있었다. 법원 감정인은 ㄱ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ㄱ씨의 기존 질병이 개인적인 위험 요인으로 발병했을 수 있으나, 공무 관련 요인이 해당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ㄱ씨가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를 처리해 시스템에 기록된 출퇴근 시간만으로 ㄱ씨의 실질적인 업무시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점, 2020년 연가를 1일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48일간 가족들이 거주하는 대구를 방문하지 못한 채 서울에서 홀로 거주해 스트레스가 가중됐던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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