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후보 정보라 “연세대, 시간강사 퇴직금·수당 왜 안 주냐” 청구 소송

박하얀 기자
소설집 <저주토끼>로 지난 4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및 수당 청구 소송 1차 공판이 열린 3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소설집 <저주토끼>로 지난 4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및 수당 청구 소송 1차 공판이 열린 3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저는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시간강사 비정규직의 현실입니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지난 4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대학 ‘시간강사’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정 작가는 연세대에서 11년간 노어노문학과 시간강사로 일하다 지난해 퇴직했지만, 학교는 퇴직금과 연차·주휴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정 작가는 지난 4월 연세대를 상대로 5000만원의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소송을 냈다.

정 작가는 31일 첫 변론기일 재판에 앞서 서부지법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작가는 기자회견에서 “시간강사는 비정규직 근로자이지만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한다”며 “절반 이상 책임을 맡는 사람에게 퇴직금과 수당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비정규직이니 차별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등한 교육사회 건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박용근 판사는 이날 열린 1차 공판에서 재판의 쟁점을 두 가지로 추렸다. 퇴직금 청구의 경우 ‘주당 근로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수당 청구의 경우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계속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했다.

정 작가 측은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산정할 때 강의 시간 외 강의 준비 등 제반 업무 시간까지 포함하도록 하는 게 하급심 판례들의 취지라고 주장했다. 학교가 강의 시간만 계산해 정 작가를 초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근무)로 보고 퇴직금·수당 지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정 작가 측 변호인은 “산학협력 근무 기간 중에도 시간강사 지위가 유지됐다”며 “근로 기간 단절이 없다고 보면 일부 시간이 주당 15시간에 못 미치는 기간에 있었더라도 그 기간을 포함해 근로 시간을 인정해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당과 관련해서는 관련 소송들이 진행 중인 만큼 법리를 검토해 청구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연세대 측은 정 작가의 실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강의 시간 외에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없었던 점, 정 작가가 자유롭게 저작 활동을 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연세대 측 변호인은 “법령에는 소정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근로 시간을) 판단하도록 돼 있다”며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 등을 소명하지 않고 실 근로시간이 원래 강의 시간보다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수당에 대해서는 “일주일 평균 4.8시간을 강의했는데 주휴수당 8시간 발생을 주장하는 것은 언뜻 봐도 와닿지 않는다” “마지막 학기에 64일을 강의했는데 연차 수당을 20일치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2019년 8월부터 시행된 강사법에 따르면 대학은 1주에 5시간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비정규교수노조에 따르면 정 작가가 1년간 강의노동을 한 시간은 약 1200시간(1주당 평균 40시간)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정 작가는 강의 외에도 작품 집필, 번역, 논문 작성 및 게재, 학회활동 등 다양한 일을 활발하게 열심히 해왔다”며 “대학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사가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사법이 시행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재판부는 강의시간 외의 강의 준비와 평가 노동시간에 대해서도 사실에 입각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교육부와 국회를 향해서는 대학강사가 퇴직금 및 각종 수당 지급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실태조사와 입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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