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포스코 직원” 대법 판결에도…하청 1만5000명 정규직 전환 멀었다

고귀한 기자

‘소송 승소 노동자’만 정규직 전환

국내 ‘집단소송제도’ 없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 ‘개별 소송’ 진행해야

서울 삼성동 포스코 사옥. 포스코 제공

서울 삼성동 포스코 사옥. 포스코 제공

“11년 소송 끝에 정규직 전환의 문이 열렸지만 겨우 작은 틈만 벌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규직이 되려면 모든 노동자가 추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대법원 판결로 포스코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은 ‘소송 승소 노동자’로 제한적이다. 1만5000여명의 이르는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려면 모두 ‘개별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법원이 포스코 하청 노동자 59명에 대해 ‘포스코 지시를 받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노동조합에 관련 소송에 추가로 참여하겠다는 하청 노동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대법원판결 이후 추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추가 소송에 참여하는 하청 노동자가 최대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같은 소송을 또 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소송에서 이겨야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법원 판결 이후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상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59명 중 정년이 지나지 않은 55명이 전부다.

포스코에는 대법원이 ‘포스코의 직접 지시를 받는 노동자’로 판단한 제조 분야에만 하청 노동자 1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들에 대한 직고용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포스코 측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법 판결문에 명시된 이행 취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면서도 “현재 시점에서는 직고용과 관련된 어떠한 말도 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이런 입장은 하청 노동자의 직고용에 대해 개별 소송별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하청 노동자들은 현재도 포스코를 상대로 여러 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 882명이 제기한 5건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포스코 측은 ‘부당하다’며 항소나 상고한 상태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스코가 소송에서 이긴 당사자들은 빠르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도 구조적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은 결국 소송에서 이겨야만 (정규직 전환을)검토하겠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국내에 집단소송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준호 변호사는 “국내에는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일부 분야에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어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들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선 개별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에 대해 ‘직접 고용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면서 “노동부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직무유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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