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열 달간 몰랐다… ‘암행 순찰’은 위법

교통사고 관련 판결 모음

경찰도 열 달간 몰랐다… ‘암행 순찰’은 위법

최고관리자 0

바뀐 개인정보보호법 인지 못 해
지난해 9월 순찰차 표시 의무화
전남청, 표지 없이 과속 차량 잡아
운전자들 “불법 단속 소송” 분통
경찰 “단속 자체 합법… 공문 보내”

전국 지방경찰청이 과속 단속을 위해 ‘암행 순찰차량’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인지하지 못한 채 위법 상태로 10개월 동안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경찰이 오히려 ‘위법 단속’을 벌였다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그간 경찰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 다니면서 과속 차량의 번호판을 카메라로 찍는 방식으로 암행 순찰 단속을 벌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암행 순찰차량 등을 운영할 경우 단속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법제화됐다. 이에 암행 순찰차량은 ‘단속 중’이라는 표시를 해야 했지만 경찰은 기존처럼 제대로 표시를 하지 않거나 아예 표시 장비도 설치하지 않은 채로 총 24대의 차량을 지난 5월 말까지 운영해 왔다.

실제로 전남경찰청은 기존 암행 순찰차량을 이용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약 13만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위법 단속으로만 52억원가량의 과태료가 부과된 것으로 추정된다.

암행 차량에 의해 단속된 운전자들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전남 순천 도심의 시속 50㎞ 구간 도로에서 16㎞를 초과해 암행 단속에 적발된 박모(53)씨는 “법을 지키고 집행해야 하는 경찰이 오히려 불법 단속을 벌였다. 함께 행정소송을 할 피해자들을 모집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뒤늦게 불법 단속 사실을 인지한 경찰은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10일 전국 지방경찰청에 암행 차량 운행 때 단속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에 전남경찰청은 현재 암행 단속을 멈춘 채 차량 3대에 LED로 ‘교통 단속’ 문구를 붙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방청에 명확한 지침을 공문으로 하달한 것”이라며 “단속 안내 표시가 법령화됐지만 표시가 빠졌다고 해서 단속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의 모호한 과속 단속으로 인한 무죄 판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광주지법은 전남 나주시의 시속 80㎞ 국도를 시속 168㎞로 과속 주행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 대해 “단속 지점은 굽은 도로로 암행 순찰차량에 탑재된 단속 장비에 의한 속도 측정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교통법 전문 김민호 변호사(김민호법률사무소)는 “경찰이 단속 안내 표시를 하지 않고 단속한 행위를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로 보기는 어려워 위법한 처분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경찰이 가장 기본적인 단속 규정조차 숙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Comments

Notice

사거리 중간에 멈췄다, 신호 위반일까? '7월부터 주차, 절대 안돼요' 1분만 주차해도 최대 과태료 8만원 음주운전 사고 내면 자기부담금 최대 2억 원 내야 킥보드·인라인 신호위반 사고시 건강보험 급여 제한 ‘스쿨존 교통사고’ 양형기준 확정…음주 뺑소니 최대 26년형 문콕 테러범은 꼭 '이렇게 잡아 처리하세요' Ep.1신박한 방법 “‘콩’ 했는데 900만원 넘게 물어줬어요”…새해 차보험 약관 ‘확’ 바뀐다 보행자 위협하는 횡단보도 '우회전' 이젠 범칙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사고 시 보험금 전액 구상합니다 “중앙선침범 차량으로 사고났는데 수리비 물어내라니”…중과실 가해차량 수리비 안물어도 된다 벌점 감면?! 착한운전 마일리지 안내 골치 아픈 오토바이 사고 피해보상 '꿀팁' 여기에 차 세워도 돼요? 헷갈리는 주정차선 간단 정리! 보험 처리 없이 무조건 형사처벌?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알아보기 과실비율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결정될까요? 황색신호에서의 교통사고 발생 시 책임은? 적색 노면 표시에 주정차하면 과태료가 2배, 차량 파손으로 인한 손실 요구 불가능 잘못 없는데 쌍방 과실? 이제는 옛말인 거 다 알고 계시죠? 유턴 vs 좌회전, 우선권은 누구에게…상황별 완벽 정리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3 명
  • 오늘 방문자 405 명
  • 어제 방문자 1,065 명
  • 최대 방문자 3,233 명
  • 전체 방문자 387,630 명
  • 전체 게시물 7,568 개
  • 전체 댓글수 0 개
  • 전체 회원수 24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