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와 살짝 부딪쳤는데 트렁크 속에 1억짜리 난초가…

교통사고 관련 판결 모음

앞차와 살짝 부딪쳤는데 트렁크 속에 1억짜리 난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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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차를 몰고 시내도로를 주행 중에 신호가 바뀌어 정차를 위해 서행하고 있는 앞 승용차 뒤 범퍼 부분을 실수로 부딪쳤습니다. 추돌 때문에 앞 차가 조금 밀렸지만 서로 범퍼가 파손되거나 찌그러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친 사람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차 트렁크에 아주 비싼 난(蘭)화분 약 20개가 실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고 충격으로 거치대에 있는 일부 화분이 넘어져 파손됐습니다.

일단은 보험사고 접수를 하고 헤어졌는데 약 한 달 뒤쯤 우리 차량 보험사 담당자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상대방 차량에 실려 있던 난이 대부분 죽었다며 손해액으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청구했다는 겁니다. 제 차는 대물손해 1억원까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습니다. 즉 1억원이 넘으면 보험처리가 안되고 제가 자비로 물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는 앞차 트렁크에 그렇게 비싼 화초가 실려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트렁크에 그런 고가의 화분이 실려 있다는 표시도 없었죠. 그저 앞차량을 따라 운해앴을 뿐인데 황당하고 억울합니다. 1억원이 넘는 화초 가격을 모두 물어줘야 하는 건가요?

이렇게 아주 비싼 물건이 실려 있는 차를 추돌해 해당 물건이 파손된 경우 추돌한 차량 운전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추돌 당한 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후미 추돌 때문에 물건이 망가졌는데 망가진 물건을 보상받지 못한다면 이 역시 불합리 합니다. 

이렇게 교통사고로 고가의 화초가 죽는 손해가 발생했다면 우선 사고 가해자가 아닌 운전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보험가입한도에서 보험처리가 되며 구체적 사정에 따라 모든 금액을 물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pexels

사고 피해차량이라도 실린 물건 파손 1차 책임은 운전자

대인손해가 아닌 대물손해에 대한 운전자의 책임 근거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아닌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입니다. 따라서 화초가 파손된 손해에 대해서는 운전자에게 일차적으로 책임이 있고 상법 및 보험약관에 따라 해당 차량이 가입돼 있는 자동차종합보험사가 대물 손해 가입금액 한도인 1억원까지 연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트렁크에 있던 난이 추돌사고 충격으로 파손됐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돌 직후 트렁크 난의 파손 언급 여부, 난이 쓰러져 충격이 가해진 정도, 사고 이후 난을 살리기 위한 보관 조치 여부, 교통사고가 난에 미친 기여도 등에 대한 전문가 감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교통사고 때문에 난이 죽어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난의 소유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고가의 화초 실린 사실을 몰랐다면?

앞차 후미 추돌 운전자는 도로 주행 중인 선행 승용차 차량 트렁크에 1억원이 넘는 비싼 물건이 실려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고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우리 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63조(준용규정)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사연으로 볼 때 뒷차 운전자처럼 누구도 앞차 트렁크 안에 1억원 어치의 화초가 실렸다고는 예상하기 어려운 특별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일반적인 상황과 마찬가지로 차량 안에 있는 물품이 파손된 경우 피해차량의 손해로 보고 배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법원은 "물품의 가액을 불문하고 차량에 개인적인 물품을 함께 소지 내지 운반하여 다니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고 차량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물품이 함께 파손될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라고 하여 차량 내 물품 파손은 통상 손해로 보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나85233 판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대물보험약관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

보험가입금액 한도로 보험처리가 되는지 대물보험약관상 면책사유도 살펴봐야 합니다. 보험처리가 안되면 운전자가 고스란히 책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보험 보통약관은 "다른 사람의 서화, 골동품, 조각물, 그 밖에 미술품과 탑승자와 통행인의 의류나 휴대품에 생긴 손해 및 탑승자와 통행인의 분실 또는 도난으로 인한 소지품에 생긴 손해"는 대물배상으로 보상하지 않고 "훼손된 소지품에 한하여 피해자 1인당 200만 원의 한도에서 실제 손해를 보상한다"고 돼 있습니다. 

화초인 난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사의 보상범위에 해당, 보험 처리가 가능합니다. 

화초 손해액에 대한 두 차량의 과실비율은?

앞차 운전자에게 교통사고 상황에서 과실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경미한 후미 추돌사고임에도 트렁크에 실려 있던 난이 쓰러지는 등 제대로 고정을 하지 않고 운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뒤따라오는 차량이 주의해 운전할 수 있도록 차량 후미에 고가의 물건을 싣고 있다는 표시를 해뒀으면 좋았지만 이러한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화초 소유자의 미흡한 조치가 손해의 확대에 영향을 끼쳤으므로 과실상계가 이뤄져야 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광주지법 항소부는 1차 및 2차 사고가 난 사안에서 "전방 사고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정차하여 1차 사고가 발생하고 뒤따라오던 차량이 후미 추돌하여 2차 사고가 발생하여 1차 사고도 난에 발생한 손해의 하나의 원인이 된 점, 각각의 난에 별도로 견고한 거치대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난의 품질이 최적의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화초 소유자인 앞차 운전자에게 75%의 과실(사고 발생시 책임도 포함)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 항소부가 우회전하는 차량이 직진하는 차량의 조수석 뒤쪽을 추돌하여 직진 차량 뒷좌석에 하드케이스에 보관되서 실려 있던 고가의 클래식 빈티지 기타가 뒷좌석 바닥으로 떨어져 파손된 사안에서 "완충재가 부족해 외부충격에 취약한 하드케이스에 보관한 점, 기타 2대를 뒷좌석에 포개어 싣는 등 안정되게 놓지 않은 점, 직진 차량에게 교통사고 발생에 대하여도 20% 정도의 과실이 있는 점 등을 포함해 직진 차량 측에게 총 30%의 과실이 있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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