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갚으면 몸으로…’ 성착취 추심, 이젠 철퇴 맞는다

모르면 손해보는 바뀌는 제도

‘못 갚으면 몸으로…’ 성착취 추심, 이젠 철퇴 맞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금융 취약계층 보호 및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갈수록 악성화하고 있는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 불법 대부행위를 할 경우 법정 처벌 상한을 징역 5년으로 높이고, 6%를 초과하는 이자는 무효로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성 착취·인신매매 등 반사회적인 조건을 포함한 불법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화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국무조정실 등 관계기관과 함께 국민의힘과 당정 협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이 담긴 ‘불법 사금융 근절과 대부업 신뢰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상담·신고가 2022년 1만350건에서 지난해 1만2885건으로 1년 새 24.55% 늘어나는 등 관련 피해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불법 대부업에 대한 경각심 강화를 위해 등록 없이 대부업을 영위하는 업자의 명칭을 ‘미등록 대부업자’에서 ‘불법사금융업자’로 바꾼다. 미등록 대부업에 대한 처벌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다. 그동안 불법 대부 계약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까지는 수익이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연 6%를 초과하는 이자는 무효화한다.

정부는 특히 반사회적인 불법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화해 이득을 취할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차주의 나체 사진을 요구한 뒤 이를 추심에 이용하거나 빚을 갚지 못할 시 인신매매나 폭행을 하는 등의 조건이 계약에 담기는 경우가 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사금융 근절책을 마련한 것은 더 이상은 대부업의 ‘양성화’를 목표로 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를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현재 관련 시장에선 대부업체 7600여개가 난립해 불법 영업의 가능성이 크고 관리·감독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부업 등록 요건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법인의 경우 5000만원, 개인은 5000만원의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법인 3억원, 개인 1억원으로 강화한다. 금융위 등록을 피하기 위해 대부업자 1명이 자산 100억원 미만의 다수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이른바 ‘쪼개기 등록’도 막는다. 대부업체 대표가 타 대부업체에 임직원으로 겸직하는 것도 제한한다.

불법 사금융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대부 중개 사이트에도 책임을 부여한다. 현행 대부업법에는 ‘대부중개’ 행위가 정의돼있지 않아 대부 중개 사이트는 대출 알선 행위가 광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관리 책임을 부정해왔다. 정부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금전의 대부를 실질적으로 알선하거나 중개하는 것’을 대부중개로 정의하고, 대부 중개 사이트가 대출비교플랫폼 수준의 요건을 갖추고 주의사항을 소비자에게 안내하도록 의무화한다.

불법 대부업에 활용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행위도 5년 이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대부업체·중개 사이트가 이용자로부터 개인정보를 대부 중개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동의를 받은 경우 제3자에게 이를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현행 대부업법은 2002년에 불법 사채를 양성화시키자는 취지로 제정됐는데, 양성화보다는 실질적 관리·감독을 내실화하는 게 국민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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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에서 금융 당국과 은행, 보험 기사를 씁니다. 사회부 법조팀, 산업부 유통팀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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