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살고 있는 집에 곰팡이 문제가 생겨서 계약만료 전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집 주인과 협의해서 새 세입자를 구해놓고 이사가는 것으로 합의했는데요. 보증금은 집 비우는 날 바로 돌려주기로 했고요. 그런데 새 세입자가 예상보다 빨리 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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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이사 갈 집을 계약하고 이사날짜를 정해 집주인에게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집안 사정으로 지방에 며칠 내려가야 된다면서 이사가는 날에 보증금을 못 주겠다고 하네요. 이사하고 3일 뒤에나 입금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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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사 날짜까지 잡아놓은 상황인데 집주인은 이사 날짜를 미루든지 그냥 기다렸다가 3일 뒤에 돈을받든지 하라고 하네요. 방을 비우면 바로 보증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이렇게 나오니 당황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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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는 날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혹시 집 주인이 3일 뒤에도 보증금 지급을 미루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계약만료 전 이사라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임차인의 사정으로 임대차계약 종료 전 이사를 하게 되는 경우로군요. 이런 경우 원칙적으로는 임대차기간이 만료돼야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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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우, 다만 새 임차인을 구한 후 이사할 때 보증금까지 받기로 집주인과 협의를 마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법적으로는 '합의해지'라고 하는데요. 아직 계약기간이 남긴 했지만 계약 당사자(선생님 경우는 선생님과 집주인입니다)끼리 합의해서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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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임차인은 집을 비워줘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이 두 가지 의무는 법적으로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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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서 이야기하면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받는 즉시 집을 비워줘야 하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을 비워주는 즉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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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 경우처럼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한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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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상황에는 한가지 문제가 따릅니다. 임차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계속 그 집을 점유하면서 이용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이 경우, 집주인에게 비용(차임)을 지불해야 하는데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불가피하게 집을 비워주지 않은 것이라며 차임 지불을 거부한다고 해도 집주인으로선 전세금에서 해당 차임을 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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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임차인이 무조건 손해를 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단 정해진 날짜대로 이사를 가는 대신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집 열쇠를 돌려주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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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를 보면 '본래 목적에 따라 사용, 수익하지 않아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가 없다면 임차인은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이사를 간 이후에는 집을 비운 상태이기 때문에 집 열쇠를 챙겨간다고 해도 비용을 지불할 의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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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임차권등기명령을 꼭 신청하셔야 합니다. 보증금을 안 받고 이사부터 간다면 '대항력'이 사라지는데요. 대항력은 쉽게 말해서 제3자에게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법적효력인데요. 임차권등기명령을 제때 하지 못해 대항력을 상실한다면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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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을 한 때부터 법적 다툼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곤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따로 증거를 남겨놓지 않았다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이사 날짜에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사실인지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법적 권리 주장보다 합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게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더 나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