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공증까지 했어도… 내 뜻대로 상속 못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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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 공증까지 했어도… 내 뜻대로 상속 못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중산층이 가장 선호한 상속 준비 방식은 자필 유언(41%)과 공증 유언(33%)이었다. 그리고 유언 내용을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비밀로 하겠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생전에 유언 내용이 공개될 경우 자녀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거나 부모에 대한 봉양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밀 유언장의 경우 갑작스러운 사망 시 자식들이 유언장의 존재 사실을 알 수 없게 돼 부모의 뜻과 달리 상속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생긴다. 또는 법정 지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분대로 상속하거나 협의 상속을 다 해놨다가 나중에 유언장이 발견돼 재상속 이슈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증 유언은 어떨까. 장점이 많지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예컨대 공증은 증인 2명을 세워야 하는데 그 자격이 까다롭다. 수증자, 배우자, 기타 상속 이해관계자들은 증인이 될 수 없다. 결국 제3자나 친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들에게 자신의 자산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실무에선 유언 집행자의 사퇴로 공증 유언 집행이 더뎌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공증된 유언 내용에 불만이 있는 상속인들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강하게 받은 유언 집행자가 중도에 사퇴해 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상속인들이 유언 집행자를 재선임하는 과정에 시간이 꽤 걸리곤 한다.

공증 비용은 어떨까. 통상 300만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공증한 유언 내용을 바꾸게 되면 다시 증인을 세워야 하고 그때마다 공증 비용도 더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은행·증권사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0년 말 8800억원에서 올 2분기 말 3조5000억원으로 4년도 안 돼 4배 가깝게 불었다. 김하정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신탁은 계약 방식의 유언이기 때문에 위탁자의 뜻대로 신속하게 집행되는 ‘흔들림 없는 계약’이란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신탁은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편견도 사라지는 추세다. 고령화 시대에 1인 가구와 재혼 가구 등으로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분쟁 없는 재산 상속을 위한 신탁 본연의 기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5억 보험금을 받은 어린 자녀들이 신탁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첫째가 스무 살, 둘째가 중학생이었는데 친척의 권유로 성인인 첫째가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했다. 신탁은 만 17세부터 가입 가능하다.

일단 보험금은 자녀가 반씩 나누기로 했다. 성인인 첫째는 본인이 관리하고, 미성년자인 중학생 동생은 후견인을 선임해 매월 생활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30살까지 받은 뒤 그때 남은 돈은 목돈으로 한꺼번에 받기로 했다. 이렇듯 신탁은 계약이기 때문에 가입자의 상황이나 뜻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매년 금융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선 통상 신탁 재산의 0.5~1%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다만 김 센터장은 “계약 보수는 개별 계약이기 때문에 (관리) 난이도에 따라 수수료가 협의 가능하다”고 말했다. 거주하고 있는 집 한 채가 상속 자산 전부인 사람은 기관과 협의하기에 따라 수수료를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신탁을 맡기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보통 건강이 악화돼 상속을 떠올리는 시점에 신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자의 경우 가입하고 싶어도 거절당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만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발급한 인지 능력 소견서를 확인하고 있다”며 “건강하실 때 재산을 맡겨야 맡기시는 분의 뜻을 그대로 담을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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