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엔 사무직이라 적고, 공사장 사다리서 일하다 추락사…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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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엔 사무직이라 적고, 공사장 사다리서 일하다 추락사…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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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과도한 해지권 행사 제한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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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생깁니다. 보험계약의 본질적인 의무입니다. 그 외에도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에게 부과되는 중요한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고지의무’와 ‘통지의무’입니다.

고지의무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사에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인데, 만약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를 지키지 못한 경우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보험약관은 이를 보험계약 전 알릴의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지의무는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이를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는 의무입니다. 이를 지키지 못한 경우 마찬가지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보험약관은 이를 보험계약 후 알릴의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지의무 대상인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과 통지의무 대상인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은 해석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모두 보험사가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고지의무의 경우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났다면 보험사가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지만, 통지의무의 경우 보험사는 보험계약 중 통지의무 위반을 알게 된 때로부터 1개월 내에 언제든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보험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사에 직업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는데, 보험가입 이후에도 계속해서 같은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돼야 할까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에 더해 통지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대법, 고지·통지의무 위반 보험계약자에 ‘손’
고지·통지의무 구분 지은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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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최근 이와 관련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존재하는 위험, 즉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위험이 계약 이후에도 계속되는 경우 통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2024다219766)입니다.

현장직인 A씨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해 여러 개의 보험을 들었는데, 가입 시 청약서에 자신의 직업을 사무원 내지 관리자로 기재했습니다. 이 보험계약들은 A씨가 만일 우연한 사고인 상해로 사망하게 된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보험에 가입한 후 3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 A씨는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A씨의 상속인들은 1억6000만원 상당의 상해사망보험금을 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A씨가 통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습니다. A씨의 상속인들은 보험사의 주장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가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사에 실제 직업과 다른 직업을 알렸기 때문에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다툼이 없었습니다.

다만, 사고가 보험가입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발생했기 때문에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에 보험사는 A씨가 보험계약 후에도 실제 직업을 알리지 않은 것이 통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중점적으로 폈습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고지의무는 중요한 사항이 보험계약 성립 시 존재하는 경우에만 발생하고, 통지의무는 보험계약 성립 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새롭게’ 사고발생의 위험이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만 발생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언제든지 기간 제한 없이 보험계약을 해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보험계약자 측이 너무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본 것입니다.

즉, 보험계약 당시 틀린 내용을 정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되면 가입자가 고지의무와 통지의무에 따른 제재를 중복으로 받게 돼 부당하다고 본 셈입니다.

이번 사안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판결처럼 보이지만 실무적으로는 항상 다툼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관련해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는 위반이 성립하는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위반 사항이 보험 기간 중에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통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며 “가입자에게 지나친 의무를 부과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판결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보험계약 체결 시 고지할 사항과 관련해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 더욱 세밀한 정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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