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죄로 2심에서 실형까지 받았던 소속 교수에 대해 현재까지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KAIST에 따르면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학교 소속 A(61) 교수가 지난 2월 열린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불복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017년경 ‘천인계획’(중국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계획)에 선발된 A씨는 2020년 2월까지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기술 연구자료 등 72개 파일을 이듬해 중국 현지 대학 연구원 등에게 누설한 혐의로 국가정보원에 적발돼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일컬어지는 핵심 센서다.

그는 KAIST 연구원들에게 연구자료를 올리게 하고, 중국 대학 학생들은 업로드한 자료를 이용해 실제 연구를 수행하고 발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이 기술이 법으로 보호되는 첨단기술 범위에 속하는 만큼 A씨에게 비밀 유지 의무가 있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그는 기술 유출 정황이 드러난 이후에도 천인계획 계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자율주행차 핵심기술 ‘라이다’가 아닌 범용 기술 ‘라이파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은 “A씨는 천인계획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며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도 사전에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았고 이후에도 학교 측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두뇌한국(BK)21 연구비와 센터 운영비를 라이더 연구 장비 구입에 전용해 학교 측에 손해를 끼쳤다며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천인계획으로 취득한 이득이 15억3000여만원에 달해 작지 않음에도 인맥과 지식을 동원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다만 사건 직후 A교수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학교 측은 4년 가까이 지나도록 A씨에 대해 아무런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KAIST 측은 A교수의 징계 여부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직위해제는 교수로서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행정조치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징계와는 다른 처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