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살인’ 남성 7년 선고…황예진씨 유족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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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07. 오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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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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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의도적 살해로 보기 어려워”
“딸 사망 대가가 7년인가” 유족 울분
“살인죄로 처벌해야” 검찰에 항소 촉구
고 황예진씨의 어머니가 6일 오후 1심 재판이 끝난 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지인의 품에 안겨 오열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교제하던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32)씨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황예진씨의 어머니는 “딸이 사망한 대가가 7년이라면 부모는 살아갈 수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안동범)는 6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넘어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거나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범행 수단과 결과를 살피면 피고인이 신체적으로 연약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강하게 폭력을 행사했고, 나아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위해 적절한 구급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26살의 젊은 나이에 앞날을 경험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으며, 피해자의 유족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교제살인 유형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교제살인 내지 스토킹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헤어지자고 하거나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보복 의사로 계획적인 살인 범행에 이른 것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 동기를 살피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인으로 교제 중 자주 다퉜지만,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지속적인 폭행 관계에 있지는 않았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평범하게 살아왔고 이 법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25일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황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씨가 황씨의 목과 머리 등을 10회가량 밀쳐 유리벽에 부딪히게 하고 몸 위에 올라타 수차례 폭행했다고 봤다. 이씨는 의식을 잃은 황씨를 바닥에 방치했고, 119에 “황씨가 술에 취해 넘어졌다”고 거짓 신고도 했다. 황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다가 같은해 8월17일 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를 사실상 우발적이라고 판단했다.

선고 결과에 피해자 황예진씨의 유족들은 울분을 터트렸고 방청석에서도 고성이 터져 나왔다. 황씨의 어머니는 “딸이 사망한 대가가 7년이라면 부모는 살아갈 수가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어 “여전히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고 피고인이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검찰의 낮은 구형보다 더 가벼운 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검찰에 즉각 항소할 것을 요구했다.

황씨 쪽 법률대리인 최기식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 구형이 낮았던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면 재판부서 교정해줬어야 한다. 검찰 구형보다 많이 선고하는 경우를 기대했다. 최대 징역 12년까지 봤는데 징역 7년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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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은 절실함과 좌절의 합작품이다." 좋은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자 이주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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