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쉼터에 홀로 남겨진 뒤 뺑소니 당한 부인...남편 유기죄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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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19. 오전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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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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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밤중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 홀로 남겨진 여성이 이튿날 뺑소니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 얼마 전 보도해드렸는데요.

경찰은 함께 택시를 탔던 남편이 이 여성을 혼자 두고 떠난 사실을 파악하고는 유기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윤해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초, 경기도 이천을 지나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갓길에서 43살 임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서울에서 술을 마신 뒤 남편과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졸음 쉼터에 혼자 내려 갓길을 걷다가 뺑소니를 당한 거로 파악됐습니다.

이때 남편 이 모 씨의 석연찮은 행동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쉼터 도착 전 택시에서 부인과 심하게 다퉜고, 택시에서 내린 부인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혼자 그대로 가버렸던 겁니다.

유족은 이 씨가 유기치사죄를 저질렀다며,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을 경찰에 냈습니다.

유기죄는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신적·신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를 위험한 상태로 뒀을 때 성립됩니다.

과거 재판에서 택시기사가 만취한 승객을 고속도로에 내려주고 떠났다가 뺑소니 사고가 나 유기죄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유족은 당시 남편이 술에 취해 휴대전화도 없었던 부인을 홀로 졸음 쉼터에 남겨두고 가버린 건 명백한 유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임 씨 아버지 : 누가 보더라도 이건 죽으라고 내려놓는 거밖에 안 된다 이거죠.]

반면, 이 씨 측은 부인이 술에 취하긴 했지만 충분히 혼자서 귀가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일부러 버려둔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모 씨 / 남편 : 워낙 술에 취해서 제가 (아내를) 찾아봤는데 당시에 비도 오고 안 보였어요, (도로를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법률가들은 숨진 부인이 이른바 심신상실에 이를 정도로 만취 상태였는지가 남편의 유기죄 여부를 가를 핵심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이길우 / 변호사 : 정신이 온전한 성인이 자기 발로 걸어가는 걸 두고 왔다고 해서 유기죄가 성립되긴 어렵거든요.]

[정경일 / 변호사 : 아내가 술 취한 상태고 휴대전화도 없고, 보호할 객체인 아내에 대한 아무런 구호조치도 없이 가버렸기 때문에 유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졸음쉼터가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장소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입니다.

[경찰 관계자 : (졸음 쉼터가) 갓길과 분리돼 있고, 안쪽에 시험도로가 있잖아요,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걸 알고도 방치를 했는지….]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숨진 임 씨의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하고 졸음 쉼터 도착 전 부부의 음주 행적을 확인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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