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나가 죽어" 엄마 한마디에 차키 대신 칼 집어든 아들

입력
수정2021.09.12. 오전 5:30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왜 그런 일 해…미안한 줄 알아" 직장 문제로 수차례 갈등
엄마 살해후 바로 자수…"엄중 처벌 불가피" 징역 15년 선고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지난해 8월 대전의 한 도축장에서 일하던 A씨(26)는 어머니 B씨(45)로부터 “언제까지 그런 일을 할래. 나한테 미안한 줄 알아”라는 말을 들었다.

7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자식 둘을 홀로 키운 B씨는 도축 일을 하는 아들의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B씨와 대전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A씨는 이후 가구 공장 등을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아 나섰는데, B씨는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방황한다”며 핀잔을 줬다. 이때부터 모자 사이 잦은 다툼이 이어져 왔다.

A씨가 지난해 12월 대전의 한 병원 시설관리직으로 취직했을 때도 다툼은 계속됐다. 이번엔 A씨의 하소연이 문제였다.

구급차 운전까지 직접 해야 한다는 말에 운전경력이 짧았던 A씨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 고민을 들은 B씨는 A씨가 직장을 핑계로 자신과 떨어져 지내려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2월 6일 설 명절을 앞두고 함께 장을 보고 돌아온 뒤에도 이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A씨는 “앞으로 힘껏 잘해보겠다”고 B씨를 안심시켰지만, B씨는 입버릇처럼 했던 “나를 버리고 가려면 가라”는 말을 반복했다.

분노한 A씨는 집을 나가 잠시 화를 시킬 생각으로 “차를 몰고 어디든 들이받겠다”며 차키를 찾기 시작했다. 홧김에 한 말일 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B씨가 “그럼 나가서 죽어버려라”라고 말하자 격분한 A씨는 자신의 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들고 B씨의 가슴, 등, 목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곧바로 경찰에 자수했다.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별다른 변론 없이 어머니를 스스로 살해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유석철)는 A씨가 범행 직후 자수한 점 등을 참작했지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와 함께 살면서 다툼이 다소 있었으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흔적이 보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자신을 길러준 모친을 흉기로 살해한 이 사건 범행은 용납할 수 없는 패륜적, 반사회적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보호관찰명령청구는 A씨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A씨는 1심 판결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장을 제출, 오는 15일 대전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