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12시간 동안 죽도록…치킨 먹으면서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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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12.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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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전과 8범 사설 응급구조단장의 잔인한 폭행
"구호조치 않고 되레 피해자 비난" 징역18년 선고
© News1 DB

(창원=뉴스1) 강대한 기자 = 지난해 12월25일 새벽 1시쯤 경남 김해시 한 사설 응급구조단의 사무실에서 “으아 으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해당 사무실에서 응급구조단 단장인 A씨(44)의 무자비한 폭행에 저항 한번 못한 직원 B씨(44)의 비명이다. 얼굴을 때리고 발로 허벅지를 찬 뒤, 몸을 앞으로 숙이자 그대로 배와 가슴까지 강하게 찼다.

이런 폭행의 시작은 전날 오후 1시24분쯤부터다. 사설구급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폭력 전과 8범인 A씨는 주먹과 손바닥으로 피해자 B씨의 얼굴·몸·다리 부위를 수회 때리고, 피해자가 바닥에 넘어지자 발로 피해자의 얼굴·몸 부위를 차고, 얼음팩을 손에 들고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때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도록 한 다음 욕설을 하면서 발로 피해자의 허벅지와 종아리 부위를 찬 것을 비롯해 같은 날 저녁시간까지 폭행을 이어갔다.

오후 7시쯤돼서야 B씨에게 “집에 가자”고 말하면서 걸어보라고 했고 잘 걷지 못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또 연기하네, 오늘 집에 못 가겠네”라며 B씨를 의자에 앉혀 뺨을 때렸다.

같은날 오후 10시쯤 A씨는 치킨을 주문해 먹으면서 쇼크 증상을 보이던 B씨를 무릎 꿇리고 차가운 바닥에 앉혔다. 새벽 1시쯤 머리·얼굴·몸·다리 등 온몸을 차고 밟는 등 폭행을 반복했다.

약 12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가혹하게 폭행을 당한 B씨는 갈비뼈 골절, 경막하출혈, 근육내출혈 등으로 외상성 쇼크 상태에 빠져 점차 기력·의식을 잃어가면서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A씨는 이같은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쓰러진 B씨는 9시간 정도를 방치돼 있었다.

당시 A씨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숙직실에서 7시간동안 숙면을 취했다. 다음날 오전 8시30분쯤 깨어 “집에 가자”고 했지만 B씨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 채 신음소리만 냈다. 또 1시간30분 가까이를 방치하다가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케 했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이전부터 반복된 폭행으로 B씨가 저항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폭행의 정도 역시 사망에 이르게 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봤다.

또 A씨는 응급구조사 자격이 있었고, 응급구조장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B씨가 숨질 때까지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이 볼 수 없도록 B씨를 집에 데려놓고 오려고 시도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계속된 폭행과 감시로 저항·방어할 수 없는 상태였던 피해자를 약 12시간 동안 전신을 구타하는 방법으로 살해하며, 그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가 평소 거짓말을 했다는 등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어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 선고 후 B씨의 유가족들은 “12시간을 때려서 죽였다. 징역 18년은 너무 억울하다”면서 “B씨가 숨지고 아버지께서 하루를 지옥같이 보내며 매일 술로 버티다가 지난 5월 24일 돌아가셨다. 한 명이 아니고 두 명을 죽인 사람이다”고 울먹였다.

이어 “가해자 측에서 일절 사과도 없었다. 재판에서 ‘죄송하다’는 말은 도대체 누구에게 한 말이냐, 판사에게 죄송했냐”고 반문했다.

앞서 검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송치된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하면서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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