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나를 모욕했다" 앙심 50대, 도박 판돈까지 잃자 칼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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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30. 오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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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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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미수·재산은닉 혐의 50대 남성, 1심서 '징역 5년'
"단 한 번 찔렀고 고의도 없었다" 주장…항소장 제출
© News1 DB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A씨(52)는 지난 1월13일 밤 사귀던 여성 B씨의 집에서 B씨, 지인 C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A씨와 C씨는 술자리에서 일명 '바둑이'라는 도박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네 장의 카드 중 숫자가 가장 낮은 카드를 가진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A씨는 C씨에게 번번이 게임에 지면서 얼마 가지 않아 가진 돈을 모두 잃는 낭패를 봤다.

더이상 게임을 할 수 없게 된 A씨는 C씨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C씨는 이를 계속 거절했다.

화가 난 A씨는 C씨 앞에 놓여 있던 현금을 강제로 빼앗으려고 했고, 이에 C씨는 "이건 강도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면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A씨는 황급히 C씨를 제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때 A씨는 이미 보복협박죄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상황은 점점 거칠어졌고, 설상가상 C씨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을 향해 "여기요, 나 살려주세요!"라며 소리치기에 이르렀다.

순간적으로 흥분한 A씨는 이 때 C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와 C씨는 여성 B씨를 사이에서 두고 갈등 관계에 있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 3일 선고 공판에서 "A씨가 C씨에게 상당한 모욕감을 느끼던 중 이 사건 당일 C씨와 도박을 하면서 돈을 모두 잃게 되자 쌓였던 감정이 폭발해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C씨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News1 오현지 기자

결국 A씨는 베란다 창가에 매달려 있던 C씨를 부엌으로 끌고 가 욕설과 함께 "오늘 같이 죽자", "죽어 버려라"라고 말하며 싱크대에 있던 흉기로 C씨의 복부를 수차례 찔렀다.

이에 놀란 B씨가 재차 흉기를 내려 놓으라고 했지만 A씨는 "비켜, 어차피 끝났어", "(119) 부르지마", "이 XX랑 나랑 곧 (저세상으로) 갈 거다"라는 말만 했다.

이후 A씨는 C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B씨의 집을 빠져 나왔다. C씨가 휴대전화로 사건의 모든 상황을 녹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의 집으로부터 10㎞ 가량 떨어진 한 식당 옆 돌담 사이에 C씨의 휴대전화를 숨기고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C씨는 A씨가 사라지고 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당시 부종과 출혈이 심해 수술 후 하루 동안 위급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CCTV 등에 꼬리를 밟혀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줄곧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흉기로 한 번만 찔렀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진술, C씨 담당의의 진술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경위와 내용, 수법, 피해정도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또 피고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중 대부분의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은닉한 휴대폰을 경찰이 회수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지난 3일 A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지난 10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항소심 첫 재판은 7월21일 오전 10시10분에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피해자인 C씨는 A씨에게 모욕감을 줄만한 문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최근 공동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A씨와 B씨를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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