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서 기다리다 딸 따라 들어가 범행
재판부, 심신미약 인정 안해…징역 5년 선고
친딸이 이혼한 전 부인을 만나지 못하게 막자 흉기로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지난 5일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18일 오후 7시쯤 전 부인 B씨와 두 자녀가 함께 사는 서울 중랑구 집을 찾아가 친딸 C씨의 왼쪽 허벅지, 하복부 등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의처증에서 비롯한 폭언과 협박을 해오다 1998년 B씨와 이혼한 뒤 20년 넘게 B씨, 두 자녀와 떨어져 지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심리상담을 받던 A씨는 자신이 그동안 앓아왔던 우울증 원인이 B씨의 외도 때문이라고 생각해 B씨를 직접 만나 사과를 받겠다고 마음을 먹고 집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서울 중랑구 동사무소에서 발급받은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 B씨와 자녀들의 주소지를 알아내 지난해 9월14일 B씨와 두 자녀가 사는 오피스텔을 찾았다. 하지만 이때 B씨를 만나지 못한 A씨는 집 현관문에 자신의 연락처, 이름과 함께 “아래서 연락 기다릴게”라고 쓴 메모를 붙여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친딸 C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A씨는 B씨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C씨에게 전달했으나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향을 기억한 C씨는 이를 완강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흉기를 준비한 뒤 4일 뒤인 같은 달 18일 B씨의 집을 찾아 기다리다 C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C씨를 집 안쪽으로 밀치며 흉기로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집안에 들어온 A씨는 B씨가 집에 있는지 살피는 도중 C씨가 현관문으로 도망치자 C씨의 하체를 흉기로 또다시 찌른 뒤 “너도 엄마랑 똑같은 사람이다. 바람 피지 마라”고 말하며 다시 C씨의 얼굴을 흉기로 그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C씨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본 뒤 스스로 범행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며 “음주와 심한 우울증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C씨를 여러 차례 칼로 찌르면서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A씨 측 주장대로 A씨가 음주와 우울증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가 이 범행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돼 직장을 잃었고 심대한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받고 이다”며 “엄한 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범행을 스스로 중지한 점, 범행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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