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Y] 스쿨존 사고인데..."표지판 잘 안 보여서 민식이법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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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18.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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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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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자전거 타던 아이가 차에 치였는데, 경찰이 가해 운전자에게 '민식이법'을 적용하지 않고 사건을 끝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부실한 스쿨존 표지판 때문에 운전자 잘못이 아니라고 본 건데, 지자체의 도로 표지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보는 Y], 이준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8월, 경기도 광주의 초등학교 인근 도로.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 SUV 차량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를 들이받습니다.

아이는 전치 2주 상해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고 현장입니다. 위쪽 표지판과 바닥 표식으로 알 수 있듯이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경찰은 사고를 낸 운전자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특정범죄가중법,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시 경찰관 : 내 나름대로 내가 어린이 보호 구역은 맞다. 어린이 보호 사고는 예민하단 말이에요.]

어린이보호구역은 맞지만, 관련 표시가 부실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오거리 가운데 한 방향에만 보호구역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는데, 경찰은 다른 방향에서 온 SUV 운전자에겐 이 표지판이 제대로 안 보였을 거라고 판단한 겁니다.

[엄원석 / 경기 광주경찰서 교통경비과장 : 사고 시점에는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는 안전표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서 운전자에게 좀 유리한 법률인 교통사고처리법으로 적용했고….]

엄연히 보호구역인데 표지판이 잘 안 보인다고 면죄부가 주어진 상황.

전문가들은 도로 표지를 관리하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골목까지 표지판 설치가 어렵다면 스쿨존을 넓히거나 바닥 표시를 해서라도 시작점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정경일 /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이런 부분 방지하려면 도로관리청에서 누구라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표지판) 설치가 먼저 돼야 할 것입니다.]

피해 아동 가족은 '민식이법'을 적용해 달라며 검찰에 항고에 재항고까지 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법적으로 결과를 뒤집을 도리가 없어 답답함만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티히식 / 피해 아동 아버지 : 지나가는 사람한테 열 번이라도 어린이보호구역 맞는지 물어보면 여기 어린이보호구역 맞다 말했을 거예요. 외국 사람인데 운전하다가 이런 사고 내고 '어 저 몰랐어요. 어린이보호구역 있는 줄 몰랐어요.' 하면 피할 수 있나요?]

어린이보호구역 표지를 관리하는 광주시 측은 해당 구역이 자기네 지역에서 시설과 표지가 가장 잘 돼 있는 곳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기 광주시청 관계자 : 표지판이라든지 교통안전시설물들이 잘 정비 돼 있는 곳 중에 하나예요.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거기까지 다 설치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사고 뒤 해당 장소에 추가된 건 경찰 요청으로 설치된 60㎝ 크기 삼각 표지판 하나.

그 하나가 없어, 운전자는 책임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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