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23세 청년 숨졌는데…“운전자 눈빛 선명해 윤창호법 무죄라뇨”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법원 “음주했으나 운전곤란상태 입증 안 돼”
유족 “면허 취소 수준 음주운전…엄벌해야”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몰다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법원이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51)는 지난해 9월 한밤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면서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B씨(23)를 들이받았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0%로 조사됐다. 그는 2007년과 2013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기소한 뒤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윤창호법 대신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언행 부정확, 보행 비틀거림, 혈색 붉음’이라고 된 경찰 정황 보고서만으로는 A씨 주의 능력·반응속도·운동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도로에서 경찰차로 걸어가는 동안 부축 없이 크게 휘청거리지 않았다’는 등으로 기재된 수사보고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음주는 했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검찰이 완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음주 측정 사진으로 보면 눈빛이 비교적 선명하다”며 “다음날 이뤄진 조사에서도 사고 경위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이 쌍방 항소해 현재 대전지법에서 2심 공판을 진행 중이다.

유족 "20대 청년 목숨 앗아갔는데…처벌 제대로 안 돼"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민일보DB

B씨 누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음주운전인데 음주운전 죄가 없다니요?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씨 누나는 “20대 초반 앞날이 창창한 청년의 목숨을 상대방의 음주운전과 불법 신호위반으로 빼앗아 갔다”며 “우리 가족과 같은 일이 제발 일어나질 않길 바라며 글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진 신호로 가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음주운전자가 반대편 사거리에서 신호위반 불법 좌회전을 하면서 들이받은 것”이라며 “사실 그 위치는 제 동생이 아니더라도 보행자 신호가 동시에 떨어지는 곳이기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도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의 음주 치사량은 면허 취소 수치를 훌쩍 넘었다”면서 “신호위반은 인정되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보이긴 어렵다는 것이 1심의 판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개정된 윤창호법이 왜 있게 됐는지 그 배경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다 알 것”이라며 “음주운전을 했지만, 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호소했다.

B씨 누나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던 사람이고, 그 사람으로 인해 저와 가족들은 다시는 동생을 만날 수 없게 됐다”며 “특히 재범률이 높은 음주운전을 이렇게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강력하게 조치해야 하지만 현재 법원에선 옛 판례만 들먹이며 형량을 낮게 주고 있다”며 “국민을 보호하고 내 가족을 지키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윤창호법은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당시 22살)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법안이다.

2018년 12월부터 시행된 제1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음주운전 상해사고(위험운전치사)의 법정형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사람이 숨졌을 때는 ‘3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또 2019년 6월 시행된 제2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면허정지와 면허취소 기준을 각각 혈중알코올농도 0.03%, 0.08%로 강화했다.

김아현 인턴기자

▶ 네이버에서 국민일보를 구독하세요(클릭)
▶ ‘치우침 없는 뉴스’ 국민일보 신문 구독하기(클릭)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