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서 접촉사고 내고 튄 차, CCTV 돌려 번호판 알아내도 될까?

입력
수정2021.04.02. 오후 2:29
기사원문
정용환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위, 상반기중 '개인정보 표준해석' 공개"며칠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접촉사고 뺑소니를 당했습니다. 이미 주차돼있던 제 차를 다른 주민의 차가 살짝 긁고는 그냥 떠나버린 건데요. 이튿날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주차장 CCTV를 돌려 상대방 차량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니 관리사무소장이 안 된다고 합니다. 차량번호도 개인정보인가요?"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해야 할 때가 생깁니다. 내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처리하던지, 내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던지 말이죠. 때론 지금 내가 상대방과 공유하고 있는 '이 정보'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그간 국민들로부터 받은 개인정보 법령해석 민원만 총 1060건입니다. 개인정보위는 이를 주요 법 조항별로 나눠 체계적으로 검토한 뒤 올해 상반기 중 '표준해석'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표준해석은 개인정보위 홈페이지(pipc.go.kr)와 개인정보보호 종합포털(privacy.go.kr) 등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개인정보위는 또한 오는 6월부터 순차적으로 공동주택 분야, CCTV 분야, 정보통신 분야 등 업무 분야별 주의 문의사항을 정리해 상담사례집을 발간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상담 사례가 많았고 결론은 어떤지, '미리보기'로 공개합니다.

①아파트 주차장 CCTV로 차 번호판 좀 봅시다
아파트 주차장 〈사진=JTBC 뉴스룸 캡처〉

공동주택 단지 안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CCTV 등을 통해 제3자의 차량번호를 열람해도 괜찮은지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번호도 개인정보일까요? 개인정보라면 보호의 대상이 되겠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량번호도 개인정보입니다. 차량번호를 통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3자가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그 차량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긴 게 됩니다.

만약 주차 뺑소니 피해를 입은 공동주택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찾아와 "주차장 CCTV 좀 보자"고 한다면? 그땐 상대 차량번호나 차주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안 식별할 수 없게 만든 뒤(비식별처리) 제공해야 합니다. CCTV를 확인하는 의미가 희석되겠죠.

이런 경우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편이 낫습니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할 경우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사본 복사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②새로 이사 왔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내라고요?

공동주택에 새로 입주하는 경우,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 등에서 세대주 또는 세대원의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죠. 일부 엄격한 기준을 가진 공동주택에선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거나,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기도 한답니다. 이 문제도 개인정보위에 들어오는 주요 민원 중 하나입니다.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건 안 됩니다. 신분증을 복사해 보관하는 것도 안 됩니다. 설령 본인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안 됩니다.

우리 주민등록법 제25조엔 "17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성명ㆍ사진ㆍ주민등록번호 또는 주소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면 증빙서류를 붙이지 아니하고 주민등록증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쓰여있습니다. 뭘 제출하거나 첨부해서도 안 되고, 오로지 눈으로 보는 것까지만 허용한다는 겁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의 2에도 "법률ㆍ대통령령ㆍ국회규칙ㆍ대법원규칙ㆍ헌법재판소규칙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감사원규칙에서 구체적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한 경우" 또는 "급박하고 명백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극소수의 경우가 아니고선 누구도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게 했습니다.

③누구나 드나드는 집 앞 길에 CCTV를 설치한다고요?
CCTV 〈사진=JTBC 뉴스룸 캡처〉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아파트 복도 중앙, 아파트 정문 출입구, 도로 등에 누군가 CCTV를 설치하는 건 어떨까요? 나는 내 집을 드나드는 내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데, 이 CCTV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그러긴 어렵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25조에는 범죄의 예방 또는 시설안전 관리 등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다만 시비를 걸자면 걸 순 있는 상황입니다. CCTV를 설치할 경우엔 그에 따라 져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요. 먼저 설치 목적과 장소, 촬영 범위와 시간, 관리책임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명시한 안내판을 꼭 설치해야 합니다. 군사시설이나 국가중요시설 등이 아니고선 안내판이 없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금지돼있습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29조에 의한 안전성 확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개인정보가 분실ㆍ도난ㆍ유출ㆍ위조ㆍ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내부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접속기록을 보관하는 등 조치죠. 이 모든 게 안 돼있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결국 개인이 CCTV를 설치해 적법하게 관리하는 건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tbc.co.kr)

▶ 유세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서울마크맨'
▶ 시청자와 함께! JTBC 뉴스 제보하기
▶ 뉴스의 뒷이야기! JTBC 취재썰

Copyright by JTBC(https://jtbc.joins.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