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고치면서 뒤따라가…CCTV에 ‘여고생 강간’ 무죄

입력
수정2021.12.19. 오후 12:54
기사원문
구자창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피해 여고생이 멀어지는 남성을 뒤따라간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재판부는 CCTV 영상에 나온 여고생 B양의 모습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나온 성폭행 사건 직후 B양이 아파트 현관을 나오면서 손에 화장용품을 들고 화장을 고치는 듯한 행동을 하며 걸어가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현관을 나선 A씨는 휴대전화를 보면서 B양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B양은 뒤늦게 A씨를 보고는 방향을 돌려 그를 따라갔다. B양은 그 이유에 대해 “A씨가 담배를 피우러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인 B양이 사건 직후 A씨를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뒤따라간 행동을 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대낮에 아파트 지하의 비상계단에서 B양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계단에 앉아 B양과 얘기하다가 신체를 만지고 옷을 벗긴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은 2시간 뒤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B양이 경찰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는 “저항했지만 결국 당했다” “나를 눕히고 그랬다”는 등의 피해 내용이 담겼다. 병원에서 작성된 ‘성폭력 피해자 진료기록’에도 A씨와 B양의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실이 나타났다.

반면 A씨는 “합의로 이뤄진 관계”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 관련 일시와 장소가 맞고 B양과의 성관계 사실도 있지만 성폭행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는 법정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고수했다.

B양은 법정에 와서 경찰 단계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경찰 등 조사 기관에서는 “신체 중요부위와 특정부위에 성관계 피해를 보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특정 신체 부위의 유사강간 피해를 보았다”며 이를 뒤집었다.

또 A씨가 행사한 강제력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서는 “손과 팔을 잡았다”고 진술했는데, 법정에서는 “입을 막았다”는 새로운 행위를 주장했다. B양은 A씨가 피임기구를 사용했다고도 진술했다. 이에 따라 B양의 신체 중요 부위에서는 피임기구 성분이 확인됐지만, 특정 부위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또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A씨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CCTV 영상 속 B양의 모습도 재판부의 의구심을 풀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