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20대 인턴에 팀장은 강제 키스…본부장은 "접촉이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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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15. 오전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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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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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도 ‘집유’…법원 “본부장 지위와 권한 이용 피해자 협박·강요, 죄질 좋지 않아”
강제추행 팀장은 파면 후 징역 1년 선고
© News1 DB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2015년 6월19일. 강원지역 모 공공기관 인턴 직원으로 근무한 A씨(24·여)는 한 팀장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당해 성희롱 고충 상담원에게 진정서를 냈다.

입사한지 3개월도 지나지 않은 A씨가 제출한 진정서에는 ‘B씨가 2차 호프집을 가자며 갑자기 키스를 했고, 모텔로 끌고 가려 해 저항했고 중간에 공원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그곳에서도 또 추행을 했다’, ‘손으로 본인 몸을 더듬게 하거나 일어나려고 하면 안아버리는 등 자꾸만 못 가게 했다’ 등 강제추행 사실이 적혀 있었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 적절한 조치가 없을 시에는 형사고발 등을 고려하겠습니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같은 내용을 확인한 해당 기관 본부장인 C씨(63)는 직원의 강제추행 사실이 외부 또는 본사에 알려지게 되면 자신에게 책임 추궁이 있거나 명예가 실추될 수도 있음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기로 했다.

일주일 뒤 본부장실로 인턴직원 A씨를 불러 낸 C씨는 “너희 부모님 모두 내가 처리하는대로 맡기기로 하셨다. 문제가 커질 수도 있으니 강제추행을 약간의 접촉정도로 표현하자, 네가 희망하거나 필요한 데로 인사 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신이 지시한대로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본부장인 C씨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사내에 피해자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져 회사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진술서 내용을 수정했다.

이후 본사에서 이와 관련된 징계 건의 적정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특정감사와 함께 피해사실의 축소·은폐 의혹이 대한 재조사를 진행했다.

C씨는 징계사건이 축소된 사실이 밝혀져 중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A씨를 다시 불러 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News1 DB

결국 이같은 강요 혐의로 기소된 C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과정에서 C씨 측은 “강요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본부장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소속 직원인 피해자가 다른 직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당해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피해자에게 피해내용을 축소해 새롭게 진정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고 본사에서 감사받게 되자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다시 강요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않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한 C씨는 사실오인·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춘천지법 제1형사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강요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줬다”며 “피고인은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팀장 B씨는 강제추행으로 2015년 10월 파면처분을 받았고, 이후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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