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꽐라 여성 탔다" "넘겨" 들뜬 택시기사들…처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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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20.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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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불능 女 다른 차에 넘겨…집 데려가 성폭행
1심서 징역 4~12년…항소심 "합의 등 고려" 감형
© News1 DB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꽐라(술에 잔뜩 취한 상태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가 탔습니다."

지난해 10월9일 새벽 광주 상무지구. 휴대전화 그룹통화 너머 들려오는 택시기사 A씨(24)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A씨는 택시기사라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만취한 여성 승객의 외모와 만취 상태를 B씨(38)와 C씨(35) 등 동료 형들에게 상세히 알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럴 것이 이런 저질적 대화는 이들에게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달래줄 놀이쯤으로 여겨진 지 오래였다.

이들은 만취한 여성 승객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희롱하는 것을 넘어, 성폭행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과거 얘기도 웃어넘길 정도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대화가 무르익어 갈때쯤 B씨는 A씨에게 "승객를 넘겨라"라고 요구했고, A씨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알아서 데려가라'란 취지로 대답했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B씨는 A씨의 도움으로 여성 승객을 자신의 택시에 옮겨 태운 뒤 C씨가 사는 집으로 데려갔다.

이후 B씨는 C씨와 여성 승객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들의 범행은 피해 여성이 집에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다.

처음 여성 승객을 태운 A씨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의 친구들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결제하라고 준 신용카드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은가 하면, 피해자를 다른 곳에 내려줬다고 속여 수사에 혼선을 줬다.

하지만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면서 두려움에 떨던 B씨가 경찰에 자수, 모든 범행을 털어놓으면서 들통이 나게 됐다.

경찰 조사결과 C씨는 과거에도 다른 여성 승객을 성폭행하는 등 3건의 여죄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 넘겨진 A씨는 B씨와 C씨가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간음할 것이라는 사정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월23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택시 기사들이 여성 승객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상당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그릇된 성행(性行)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 B씨에게 징역 6년, C씨에게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령했다.

1심 선고 직후 B씨를 제외한 A씨와 C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항소의 주요 이유가 됐다.

지난달 2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들의 피해자 합의와 사실관계에 대한 반성 등을 고려해 양형 부당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항소심은 "A씨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C씨에 대해선 "피고인은 정범으로 성폭력 범죄를 직접 실행한 것은 아닌 점과 가족들과의 유대관계가 끊기지 않아 향후 재범 억지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며 실형을 선고받았던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C씨는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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