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베트남 유학생 알바 첫 날, 그녀를 덮친 건 전직 경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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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04. 오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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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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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피해자 속옷까지 빨며 증거인멸
/일러스트=정다운

아르바이트 첫 날 10대 외국인 유학생에게 술을 먹인 뒤, 강제로 성폭행 한 50대 식당 주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식당 주인은 20년 경력의 전직 경찰이었다.

경남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이헌)는 4일 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4)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7년 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기각했다.

A씨는 작년 8월17일 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베트남인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됐다.

창원지역 모 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는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 B씨는 사건 당일 오후 5시20분쯤 A씨 가게를 찾아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영업을 마친 후 A씨는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자고 했고, 이후 B씨를 성폭행했다.

A씨는 수사기관과 재판 과정에서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합의 하에 관계를 맺었다”거나, “피해자 진술이 모순되고 일관되지 않는다” “피해자를 억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 등 상해가 없어 강간치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B씨가 곧장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이후 피해 진술과 법정 진술 내용 주요부분이 일관되며 객관적 증거와 부합해 모순되지 않는다고 봤다.

/일러스트=정다운

소셜네트워크(SNS) 메시지로 지인 등에 “무섭다” “사장님이 자꾸 술을 먹으라고 해서 거절을 못하고 있다” 등의 내용을 보내고, B씨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은 지인들이 “피해자가 옷을 다 벗은 채 쪼그려 앉아 있어 입고 온 외투를 벗어 덮어줬다” 등의 진술 내용도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옷에 피와 구토가 묻어 세탁을 했다’는 사건 당시 A씨 행동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와 구토가 묻었더라도 옷 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벗겨 피해여성을 알몸으로 두는 것은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타 지역에서 20년 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행동은 증거를 없애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행동으로 증거물이 제대로 보전되지 못했음에도 피해자 B씨 몸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피해자 상·하의, 양 손톱, 신체 내·외부를 닦은 면봉에서 A씨의 DNA가 나왔기 때문.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관계라는 것과 두 사람 나이차가 34살인 점, 피고인의 팔과 턱에 이빨로 깨문 자국이 남아있는 점을 보면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한국에 입국한 젊은 나이의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피고인이 종전 강제추행죄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준호 기자 horang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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