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날부터 부동산 세제 정상화
기획재정부가 10일부터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거주기간을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다시 계산하는 ‘리셋(재기산)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 양도세 중과는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또 서울을 비롯한 조정대상지역에서 이사 등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2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첫날부터 ‘부동산 세제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기재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하며 “5월 10일 양도분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다주택자의 보유·거주기간 재기산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된 경우 남은 1주택의 보유·거주기간을 모두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존엔 최종적으로 1주택자가 된 날로부터 보유·거주기간을 다시 계산했다. 이에 따라 남은 1주택을 처분해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면 다시 2년간 보유·거주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2년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이 세입자를 급하게 내보내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기재부는 현재 기본세율(6~45%) 외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를 더 부과하는 양도세 중과 제도도 1년간 배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고 최고 45% 세율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다.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했을 경우엔 양도차익의 최대 3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

기재부는 일시적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이사할 때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한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엔 신규 주택 취득 시점부터 1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 전입 절차까지 마쳐야 했는데, 앞으로는 종전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면 되고 신규 주택 전입 요건도 폐지된다.

기재부는 “부동산시장 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활용한 부동산 세제를 조세원칙에 맞게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주택자) 매물 출회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3주택자, 15년 보유한 집 10억 남기고 팔 땐 양도세 4.3억 줄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세금 6.8억원→2.5억원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정부가 그동안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예컨대 3주택자가 15년 보유한 주택을 20억원에 팔아 10억원의 차익을 낸 경우 종전에는 6억828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했지만, 10일부터 1년간은 2억5755만원만 내면 돼 세금을 4억2525만원 절약할 수 있다. 3주택자가 10년 보유한 집을 5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15억원에 매도할 땐 양도세가 기존 3억2285만원에서 1억3360만원으로 1억8925만원 줄어든다.
尹정부 첫날부터 부동산 세제 정상화

양도세 대폭 절감

이 같은 양도세 부담 감소는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내년 5월 9일까지 1년간 유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를 더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3주택자 이상의 양도세 최고세율은 82.5%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기재부 조치로 이런 규정이 1년간 사라지는 것이다. 이 기간에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도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양도차익의 최대 30%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관리 목적으로 다주택자에게 과도하게 높은 세금을 부과해 주택 매물이 감소하는 등 시장 불안이 야기됐다”며 “이번 조치로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다주택자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유기간 모두 인정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 일부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폐지된다. 예컨대 기존엔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해당 주택을 2년 이상 보유(조정지역은 보유+거주)해야 했다. 2019년까지는 해당 주택을 실제로 보유한 기간을 모두 인정해줬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령을 바꿔 다주택자가 나머지 주택을 처분해 최종적으로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보유기간을 다시 계산하도록 했다.

가령 한 주택을 10년간 보유하다 다른 주택 매입·상속 등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 두 번째 주택을 처분해도 남은 한 주택은 다시 2년을 더 보유해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2년 보유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이 세입자를 급하게 내보내거나,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2년간 주택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이 생겼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의 보유·거주기간을 모두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사로 인해 일시적으로 서울 등 조정지역에 2주택을 보유하게 된 경우 종전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고, 가족 모두가 신규 주택으로 이사해야 하는 전입요건은 삭제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며 처분 기한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였고 가족 모두가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줬다. 1년이라는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이 너무 촉박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주택을 급히 처분하거나, 아예 주택이 팔리지 않아 비과세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 전원이 이사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전입요건을 적용한 탓에 1주택자들의 정상적인 ‘주택 갈아타기’가 막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