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살았다"며 원룸 보증금 꿀꺽..갑질 집주인 혼쭐낸 판사 [그법알]

강광우 2022. 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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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7] 집 주인이 황당한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2020년 경주에서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43만원을 조건으로 48㎡(14평)짜리 원룸을 1년간 임차한 20대 A씨. 계약 기간이 끝나 다른 원룸으로 이사를 하려는데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집주인은 "A씨가 원룸에 거주하는 동안 손해가 막심해 보증금을 공제한 결과 반환할 보증금이 한 푼도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집주인은 먼저 “임대차 계약 당시 A씨가 혼자 산다고 해서 월세를 43만원으로 정했지만, 실제로는 동거인이 거주했다”며 월세를 45만원으로 재산정해 1년 치인 24만원을 보증금에서 뺐습니다. 또 A씨의 소음으로 인해 아래층 임차인이 이사한 이후 3개월간 공실이 발생해 월세 129만원을 날렸다며 이 금액도 공제했습니다. 이외에도 A씨의 흡연으로 벽지와 환풍기를 교체한 비용 42만원, A씨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집주인의 배우자가 MRI 촬영을 했다며 해당 비용 26만원도 제했습니다.


여기서 질문!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의 주장을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요? 소송한다면 그 비용이 많이 들어 승소해도 실익이 거의 없지 않을까요?

관련 법률은?


이번 사건의 경우 민사 소송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 계약, 즉 임대차 계약서 내용이 중요합니다. A씨는 집주인과 2020년 7월 15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은 1년이 지난 2021년 7월 14일 기간 만료로 종료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인 동거인이 있을 경우 추가 방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벽지와 환풍기 교체 비용의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해야 하고, 임대차에도 이를 준용한다'는 민법 제615조(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철거권), 제654조(준용 규정)에 따릅니다. 여기서 ‘원상으로 회복한다’는 것에 대해 기준이 모호할 수 있습니다. 판례(중앙지법, 2005가합100279)에 "사회 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수익했음에도 그렇게 될 것인 상태라면 사용 개시할 당시의 상태보다 나빠지더라도 그대로 반환하면 무방하다"라고 합니다. 즉, 생활하면서 생기는 통상적인 훼손은 임차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법원의 판단은?


대구지법 경주지원 김영일 판사는 “집주인이 A씨에게 보증금 200만원 전액과 이자까지 물어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가끔 친구가 방문한 적은 있지만 거주하지는 않은 점, 자신이 비흡연자인 점, 특별한 소음을 일으킨 적이 없고, 이로 인해 아래층 입주자가 퇴거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점 등 들며 집주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법원이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김 판사는 추가 방세 24만원에 대해 “임대차계약서에 추가 방세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은 점, A씨의 동거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볼 때 추가 방세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래층 퇴거로 인한 129만원의 공제분에 대해서는 “소음의 원인과 정도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아래층 입주자의 퇴실 원인을 전적으로 소음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벽지와 환풍기 교체비 42만5000원에 관해서도 “집주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임대차 목적물의 일반적인 노후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주인이 주장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병원 진료의 원인이 A씨 때문이라고 인정할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유현경 변호사는 “최근 보증금을 담보로 각종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원룸 거주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이런 임대차 분쟁의 경우 소송을 해서 이길 수 있다 하더라도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 임대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A씨처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종 3개월 평균 임금 400만원 미만', '기준 중위 소득 125%' 등 일정 조건에 해당한다면 법률 지원은 물론 소송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 그법을 알려드림(그법알)

「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로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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