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복비만 주면 세입자 내보낼 수 있다?" 환호하는 집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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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22. 오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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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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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새 임대차법 시행 1년 만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시세가 1억3000만원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시세는 6억240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시세 4억8874만원보다 1억3528만원 올랐다. 사진은 23일 '잠실 3대 대장주'의 하나인 트리지움 아파트. 2021.9.23/뉴스1
"이사비·복비만 주면 세입자 내보낼 수 있겠네요."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했다가 들통이 나 세입자에게 이사비·복비를 지불했다는 분쟁조정 사례가 공개되자 집주인들이 되려 환호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 시행 이후 수천만원의 '퇴거위로금'을 요구하는 세입자들이 많은데, 정부가 퇴거위로금의 적정 수준을 많아야 500만원 수준인 이사비와 복비로 제시했다고 받아들여서다. 국토부는 "해당 사례는 임대차법 상 손해배상금액 중 하나를 적용해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일 뿐, 일률적으로 '퇴거위로금' 수준을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거주 한다고 거짓말 한 집주인, 세입자에게 이사비·복비 물어줘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사례집'을 공개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제상한제가 담긴 임대차2법 시행 후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속출하자 자율적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조정위원회가 실제 조정한 주요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사례집에는 △계약갱신요구권 관련 분쟁 △전월세상한제 관련 분쟁 △임대차 계약기간 관련 분쟁 △보증금 또는 주택의 반환에 관한 분쟁 △임대차 계약상 의무 등의 조정사례가 담겼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계약갱신요구권 관련 분쟁 조정사례 가운데 하나가 집주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해 세입자가 퇴거했으나 이후 집이 부동산에 임대매물로 올라온 것이 확인된 사례다.

집주인들은 조정위원회가 위 사례에서 집주인의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고 이사비와 에어컨 이전 설치 비용,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조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3가지를 합친 비용은 총 160만원이었다.

현재 임대차 시장에서는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대가를 요구하면서 수천만원의 '퇴거위로금'이 관행처럼 굳어진 상태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보유한 아파트를 팔기 위해 2000만원의 퇴거 위로금을 준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집주인들은 정부가 '적정 위로금 수준'을 제시해줬다고 해석



이런 상황에서 조정위원회가 '퇴거위로금'의 적정 수준을 이사비와 복비, 에어컨설치이전비용을 합친 비용으로 규정한 것이라는 게 집주인들의 해석이다. 한 집주인은 "전세금 높여 새로운 세입자 받으려니 기존 세입자가 손해배상청구해서 몇천만원 받아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분쟁조정위원회로 가면 이사비·복비만 주고도 내보낼 수 있는 것 같다"며 안도했다.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을 합쳐도 보통 500만원 정도면 해결된다는 게 집주인들의 얘기다. 통상 전용 84㎡ 아파트 이사 비용은 150만원(6톤 기준) 수준으로 알려져있고 아파트 10억원 전세계약 시 중개수수료는 상한요율 0.4%를 적용해도 400만원이다. 수천만원의 퇴거위로금 대신 550만원으로 합의가 가능한 셈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합의·조정이 된다면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이사비·복비를 지불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계약을 체결하면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 10월 신규계약의 전세보증금은 11억3000만원으로 갱신계약(8억4000만원) 대비 3억원 가량 높았다.



계약갱신청구권 무력화 우려도‥국토부 "위로금 기준금액 설정한 것 아냐"



세입자들은 집주인들이 이를 악용해 결국 계약갱신청구권이 무력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세입자는 "이사비·복비 등 비용이 나간다고 해도 신규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수억 높이는데 이득인데 누가 갱신요구를 받아주겠냐"며 "벌금을 수천만원으로 규정하지 않는 이상 악용 사례는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집주인의 갱신요구 거절 당시 당사자 간 손해배상액에 관한 합의가 없다면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환산월차임)의 3개월 분에 해당하는 금액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 간 차액의 2년 분에 해당하는 금액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이사비·중개료) 등 3가지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정하도록 돼있다. 이번 사례는 조정위가 이 중 3번째에 해당하는 실제 피해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제시한 사례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조정위가 세입자의 실제 피해액을 손해배상금액으로 정해 조정안을 제시했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그에 합의를 한 사례일 뿐, 이사비와 복비를 '퇴거위로금'의 기준 금액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가 아파트와 소형 오피스텔, 수도권과 지방 등 주택유형별, 지역별로 전세금과 피해금액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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