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원룸전세금 47억 빼돌려 해외서 펑펑…가족사기단 중형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의 전세보증금 47억원을 빼돌려 해외여행과 외제차 구입 등으로 탕진한 가족사기단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이영호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7)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사기 범행 일부에 가담한 B씨(32)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A씨의 재산을 은닉할 수 있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C씨(61)의 벌금 3000만원도 유지했다.

친척 관계인 A씨와 B씨는 2016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3년간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 인근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면서 임차인 122명에게 받은 전세보증금 46억937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오래된 원룸 건물을 값싸게 사들인 뒤 기존의 월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받아 다시 원룸 건물을 매입하는 수법으로 원룸 건물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법으로 보유한 원룸 건물만 16동이었다.


A씨는 해당 건물 임차인들에게 받은 관리비 등을 해외여행 경비와 도박, 고급 외제차량을 사는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원룸 건물을 관리하지 않은 탓에 전기세와 수도세 등이 밀리면서 일부 피해 임차인들은 한겨울에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로 생활해야 했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도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임차인들이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 등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도 국내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긴 것으로 파악됐으며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신은 주범이 아니라며 서로에게 혐의를 전가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 범행의 피해자가 상당한 점, 피해자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사회경험이 부족한 점을 이용한 점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검사와 피고인들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정한 형이 적절한 것으로 보여 원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