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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백서] "시세보다 싸요"…요즘 핫한 아파트 경매, 무조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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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06. 오후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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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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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저렴하고 규제도 적어 주목받는 경매, 매달 흥행 최고치
권리분석·임장·입찰·명도 등등…꼼꼼하지 못하면 지갑도 마음도 '탈탈'
[편집자주]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정책도 사안마다 다르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모습. 2021.9.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요즘 아파트 경매 열풍이 엄청납니다. 경매 흥행 지표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매달 고공행진 중인데요. 수도권 물건은 100%를 넘지 않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인천과 경기도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23.9%, 115.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서울도 116.3%로 역대급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죠.

사람들이 왜 이렇게 경매로 몰릴까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유례없는 집값 상승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많이 올랐는데, 요즘은 시장에 물건도 없습니다. 매물은 잠겼는데 그나마 나온 물건은 집주인들이 높은 호가를 불러놓은 탓에 수요자들은 근심이 깊습니다. 집은 사고픈데, 이 가격에 매수하는게 맞나…. 하면서 망설이는 분위기죠.

그러다 보니 고민이 깊어집니다. 어딜 가면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경매로 시선을 돌립니다. 통상 경매가 시세보다는 저렴하거든요.

법원은 감정평가로 산출한 최저가격만 넘어서면 매각을 합니다. 감정가는 통상 경매 개시일 6개월 전에 산출하는데,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장에선 시세가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까지 차이가 납니다.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될 경우 다음번에는 더 저렴해집니다. 감정가의 10%인 낮은 가격으로 다음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규제까지 덜합니다. 일반 매매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규모를 넘는 부동산을 거래하면 지자체 허가가 필수적인데, 경매는 필요 없습니다. 규제지역에서 아파트를 거래하면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지만 경매는 실거래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출 의무도 없습니다.

규제를 피해, 조금 더 싸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경매는 연일 호황입니다. 하지만 경매가 무조건 답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덮어놓고 경매에 나섰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살펴야 할 것이 많아 섣불리 나섰다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전언입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경매의 핵심은 권리분석라고들 합니다. 낙찰대금 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하는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는 건데요. 등기부등본 등을 활용해 집에 얽힌 금전 관계를 파악하는 겁니다. 낙찰과 동시에 사라져 낙찰자가 갚지 않아도 되는 빚도 있고, 상당수의 빚이 매각대금으로 처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권리들도 있습니다.

어떤 게 남는지 보려면 기준권리를 알아야 하는데요. 저당권·근저당권, 압류·가압류, 담보가등기, 경매개시결정등기와 같은 4개 권리 중 등기부 일자가 가장 빠른 것이 기준권리입니다. 그 앞에 나오는 권리는 소멸하지 않아 내가 떠안아야 할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은 매각물건명세서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애매하다, 싶으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안전하죠.

입찰 전 현장을 직접 살피는 것도 필요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이 맞는지, 주택 현황은 어떤지, 관리비 체납이 된 사실은 있는지 자세히 확인해봐야 하고요. 주변 시세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체크(점검)해야 적정한 입찰가격을 써낼 수 있고, 지역 호재·악재까지 보고 부동산 전망도 잘 판단해야 합니다.

입찰할 때도 숫자 하나하나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얼마 전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 경매에서 한 응찰자가 낙찰가율 1000%로 낙찰받는 사례가 있었는데요. 12억6000만원을 쓰려던 것을 0을 하나 더 붙여 126억원을 써냈습니다. 결국 입찰보증금 1억26000만원을 날리고 매수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낙찰을 받고 매수대금을 다 내더라도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에 거주하는 점유자를 내보내는 명도 절차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땐데요. 집주인의 채무 때문에 하루아침에 집에서 내쫓기는 세입자가 있는 경우 순순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사비를 줘서 협의하는 일도 있지만, 인도명령이나 강제집행 절차를 밟기도 합니다.

경매, 시세보다 싸다고 마냥 뛰어들 일은 아닙니다.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오히려 지갑과 마음을 탈탈 털릴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시고 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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