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힘으론 영영 집 못산다"…자녀 걱정에 아파트 더 사는 부모 는다 [매부리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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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25. 오전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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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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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성인될 때쯤에는 영영 집 못사지 않을까?"
자녀 위해 미리 사두자…미성년자 갭투자 증가
"양도세 낼바엔 자녀에게 물려주자"…증여거래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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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성인이 될 때는 집값이 더 오를 텐데, 그때 우리 아이가 집을 살 수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마련해둬야 해서 자녀 이름으로 한 채 더 샀어요."(직장인 A씨)

올해 초 직장인 A씨는 초등학생 자녀 이름으로 지방 소형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원까지 증여재산공제가 되기 때문에 2000만원을 증여하고, 그 돈으로 갭투자를 한 것입니다.

"저희야 아등바등 시작해 겨우 내 집을 마련했는데,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때는 노력해도 집을 못 살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려고요. 지금은 1억원 미만 아파트지만, 20년을 바라보면 결국은 '우상향' 아닐까요."

"여보, 우리 애들은 어떡해요"…자녀 명의 갭투 늘었다

A씨처럼 자녀 명의로 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광역 시도별 연령대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건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10대가 서울에서 보증금 승계 및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것은 69건으로 작년 동기 7건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미성년자도 부동산 매매를 할 수 있습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단, 미성년자 부동산 거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금 출처'입니다. 미성년자가 소득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을 매수하는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얘기죠.

미성년자 명의의 부동산 거래는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돈으로 전세나 월세 등을 안고 집을 매수하는 형태입니다. 즉 부모로부터 일부 돈을 증여받고, 나머지는 전세보증금 등으로 충당해서 집을 사는 것입니다. 전셋값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니까 부모들이 자녀에게 하루라도 빨리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주택을 매수하고 있는 것이죠.

"부동산은 오늘이 제일 싸다고 하잖아요. 어차피 아이 클 때까지 묵혀놓을 거니까 하루라도 빨리 사놓는 게 낫죠. 아이가 크면 이 집을 종잣돈 삼아서 집을 사든 투자할 수 있겠죠."(주부 B씨)

대부분 증여재산공제를 이용해서 자녀에게 증여를 한 뒤 주택을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성인인 자녀에게 5000만원 증여 시 납부할 증여세가 없습니다.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 증여재산이 공제됩니다. 최근 서울 외곽 시세 2억원 빌라를 자녀 이름으로 매수한 주부 B씨는 "요즘 지방은 2000만원, 수도권도 잘 찾으면 2000만원 이내 갭투자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며 "결국 부동산은 시간 싸움 아니겠냐. 빨리 사는 사람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자녀 이름으로도 많이 사세요. 20년 바라보고 사놓는 거죠. 아이들이 걱정된다면서 더 찾으러 오는 분위기예요. 꼭 거기 거주할 사람들만 '실수요'인가요? 이분들도 미래의 '실수요'예요. 이렇게 수요가 자꾸 생기는데 집값이 내려갈 수 있나요?"(경기 수원 권선구 공인중개사 D씨)

"양도세 낼 바에, 종부세 낼 바에 증여하자"…증여 건수 역대 최대

자녀 이름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가지고 있던 주택을 자녀에게 넘기는 '증여' 거래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중 증여 비율은 14.2%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중은 앞서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5%와 비교해봐도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 배 이상 급증한 것이죠.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12.9%로 집계됐다.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일수록 증여 비중이 높았습니다. 지난해 서초구(26.8%)와 송파구(25.4%)는 전체 거래 4건 중 1건 이상이 증여로 이뤄졌습니다. 이어 강동구 22.7%, 양천구 19.6%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부담은 증여 급증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올해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은 최대 82.5%(지방세 포함)에 달합니다. 지난해 서울 송파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한 주부 C씨는 "집 팔아서 다 세금 낼 바에 자녀에게 주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는 인별 과세되기 때문에 명의 분산을 통해 세금을 줄이려는 사람들도 증여를 택했습니다. 직장인 D씨는 "(아파트를) 20년, 30년 묵힐 생각하고 자녀 명의로 옮겼다. 세금 부담도 덜고, 자녀 미래에 보탬도 되니 현재는 이 방법이 최선이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자녀 태어나자마자 증여' 유행

'세무사가 알려주는 2021 부동산 셀프절세'(이재현 지음)에 따르면, 재테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이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종잣돈을 마련해주는 증여가 유행입니다. 가족한테 증여를 할 때는 증여세를 안 내도 되는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한 재테크입니다.

배우자 6억원, 직계비속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 기타 친족 1000만원을 증여할 때는 증여세가 공제됩니다. 즉 배우자에게 6억원까지 증여할 경우 증여세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성인인 자녀에게 5000만원 증여 시 납부할 증여세가 없습니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 동안 적용되는 금액입니다. 10년 동안 증여받은 총금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러니까 10년이 넘으면 새로운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는 거죠.

요즘은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증여하는 것이 유행인데요. 태어나자마자 2000만원을 증여하고, 열 살 때 다시 2000만원을 증여하고, 스무 살 때 5000만원을 증여하고, 서른 살 때 다시 5000만원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자녀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1억4000만원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해서 미성년 자녀에게 2000만원을 증여하거나, 성인 자녀에게 5000만원을 증여해 그 돈으로 주택을 매수해 자산을 키우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선택의 근저에는 결국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은 우상향한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자녀 이름으로 주택을 매수하고 20~30년 뒤 자녀가 스스로 불어난 부동산을 종잣돈 삼아 내 집 마련을 하도록 하는 전략이죠.



증여세가 부담된다면 '부담부 증여'

기존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부담부증여를 통해 절세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고위공직자들이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한 방식으로 유명하죠.

부담부증여는 말 그대로 채무를 함께 넘기는 방식입니다. '세무사가 알려주는 2021 부동산 셀프절세'에 따르면, 예를 들어 10년 전 5억원에 취득했고 현재 시가 10억원 하는 상가를 부채 없이 전부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자녀재산공제 5000만원을 공제하면 증여세과세표준 9억5000만원이 되고, 이 금액에 해당 산출세액을 곱하면 증여세액은 2억2500만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부담부증여는 이보다 더 절세할 수 있습니다. 자산에 해당하는 부분은 증여세를 부담하고, 부채에 해당하는 부분은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시가 10억원의 상가에 임차보증금 6억원이 포함돼 있다면, 증여재산가액은 4억원(10억원-6억원)이 됩니다. 그래서 증여재산가액 4억원에서 자녀재산공제 5000만원을 공제하면 증여세과세표준은 3억5000만원이 나오고요. 해당 산출세액을 곱하면 증여세액은 6000만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6억원의 임차보증금도 동시에 이전시켰죠. 채무 6억원을 이전시킨 셈인데요, 이는 세법에서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6억원을 양도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6억원에 대한 양도세를 계산하면 7898만원이 나옵니다. 즉 증여세 6000만원+양도세 7898만원=1억3900만원이 드는 셈이죠.

"만약 부모님의 부동산이 1가구 1주택으로 비과세인 경우라면, 양도소득세 제로가 되며 부담부증여의 전체 세금 부담은 더욱 감소할 것입니다. 즉 양도소득세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 전세보증금 등의 부채를 늘려서 부담부증여를 실행하면 증여세가 감소하여 절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죠. 부담부증여는 양도와 증여를 동시에 활용하는 고도의 절세 스킬임에는 분명합니다."(저자 이재현)

단, 증여했다면 최소한 5년간 증여한 부동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증여한 후 바로 팔아서 양도세를 내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증여한 후 5년이 지나서 양도할 때 증여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증여 후 양도 시에는 5년이라는 시간을 기억하세요. 이렇게 되면 증여가액이 취득가액이 되어 양도차익이 대폭 감소합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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