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가입자 사망 땐 자녀 동의 없어도 배우자가 '자동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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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14. 오후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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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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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시행되는 신탁형 주택연금

'신탁형' 도입 되면 근저당권 설정 아닌
공사에 소유권 이전 후 수익자 지정하면 돼
한경DB

#A씨(75)는 5년 전 남편과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약 100만원을 수령해 왔다. 주택연금은 자기가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금액을 대출 형식으로 받는 연금 상품이다. 최근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소득이 없는 A씨는 살길이 막막해졌다. A씨가 연금을 계속 받으려면 자녀가 모두 상속 포기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연이 끊겼던 자녀 1명이 갑자기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동의를 거부한 탓이다. A씨는 연금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5년간 받은 연금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B씨(69)는 본인 명의로 2층짜리 작은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은퇴한 그는 이 집 1층에 살면서 2층에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원짜리 세를 주고 있다. 노후자금이 부족하던 B씨는 이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보증금을 받으면서 세를 주고 있으면 가입할 수 없다는 규정에 막히고 말았다.

오는 9일부터 이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연금 수급권이 배우자에게 자동으로 넘어가도록 한 ‘신탁형 주택연금’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살고 있는 집 일부에 보증금을 받고 세를 놓은 사람도 신탁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주택의 소유권과 보증금은 주택금융공사에 넘겨줘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탁형 선택 시 배우자에게 연금수급권 자동 승계

지금까지는 주택연금에 가입한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는 경우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승계하려면 담보로 맡긴 주택의 공동상속인이 전원 동의해야 했다. 배우자가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단독으로 확보해야 연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권이 있는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홀로 남은 배우자의 노후생활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부터 시행되는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안은 신탁형 주택연금을 도입해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 가입 시점에 소유자 명의를 주택금융공사에 이전해 신탁을 설정하고 수익자를 주택 소유자와 그 배우자로 지정하면 된다. 이름 그대로 주택금융공사에 주택 소유권을 ‘믿고 넘겨주는(신탁)’ 형태다. 기존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가 담보 설정을 위해 가입자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했지만, 소유권은 가입자에게 있었다.

신탁 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해 소유권이 주택금융공사로 넘어간다고 해도 가입자가 연금을 받는 동안은 물론 사망한 뒤에도 주택금융공사가 마음대로 집을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탁 방식도 가입자 사망으로 계약이 끝나면 정산 절차는 기존과 같다는 게 주택금융공사의 설명이다. 기존 상품과 마찬가지로 해당 주택을 매각한 가격이 지급한 연금액보다 많으면 차액은 상속인에게 돌려준다는 얘기다.

배우자 자동 승계는 새로 신탁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만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가 신탁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올해 말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준 단독주택도 가입 가능
신탁형 주택연금을 선택하면 집 일부를 세준 단독주택 보유자도 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단독주택 집주인이 방 한 칸, 집 한 층 등 일부를 세 놓고 보증금을 받으면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 경우에도 주택 소유권과 함께 임대보증금을 주택금융공사에 이전해야 한다. 대신 주택금융공사는 가입자가 이전한 보증금에 대해 예금 금리 수준의 이자를 지급한다.

신탁형은 각종 부대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기존 상품의 등록면허세는 30만원 중반(주택가격 3억원, 70세 기준)인 데 비해 신탁형은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7200원만 내면 된다.

9일부터 주택연금 압류를 원천 금지하는 통장도 도입된다. 가입자 신청에 따라 각종 가압류가 금지되는 주택연금 전용계좌를 개설하고, 연금 지급액 중 185만원까지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185만원은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가구 생계에 필요한 최소 자금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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