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는 ‘궁중족발 사건’… ‘불법 강제집행’ 기준 명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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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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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국가·용역회사 불법책임 인정… 2심 “명확한 규정 없다” 반대 판결

임대료 상승에 따른 건물주·임차인 간 대표적 갈등 사례인 ‘궁중족발 사건’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이 결국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1심은 궁중족발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국가와 용역회사 직원 등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 측은 대법원에 상고해 ‘불법 강제집행’의 기준을 정립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핵심 쟁점은 강제집행의 보조자인 용역회사 직원들이 채무자의 신체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불법 집행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1부(부장판사 노태헌)는 최근 김씨가 국가와 건물주 이모씨, 용역회사 등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1심이 국가와 이씨, 용역회사 등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김씨에게 각자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사안이었다. 앞서 김씨는 갈등 끝에 이씨를 차로 들이받으려 하고 망치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특수상해) 등으로 2018년 9월 형사재판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김씨는 2009년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하던 중 2016년 1월 새 건물주 이씨가 월 임대료를 약 4배 인상해 달라고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씨는 김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승소한 뒤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김씨는 2017년 11월 금속으로 된 작업대를 잡고 버티다가 용역회사 직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거의 절단되는 상해를 입었다. 이에 김씨는 2018년 1월 불법적인 집행이라며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김씨 측 주장을 인정했다. 1심은 민사집행법과 집행관규칙 등의 취지를 감안하면 용역회사 직원은 보조자에 그치므로 잠근 문을 열거나 짐을 옮기는 등의 ‘단순한 사실행위’만 해야 한다고 봤다. 여기서 더 나아가 채무자의 신체에 물리력을 가하는 등의 유형력 행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1심은 “건장한 남성 여러 명이 사지를 잡아끌고 힘껏 손목을 잡아당기는 상황에서는, 비록 작업대 밑부분이 날카롭다는 걸 몰랐더라도 상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견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집행관이 용역회사 직원의 적극적인 유형력 행사를 방치한 것은 집행현장을 관리·감독할 의무, 국민의 안전배려 의무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항소심은 “보조자의 강제력 행사가 가능한지, 가능하다고 할 경우 신체 어느 부위까지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법령상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며 1심과 반대로 판단했다. 강제력 사용만으로 집행이 위법해진다고 보기는 어렵고, 구체적 사건에서 재량의 한계를 넘어 과도했는지 여부가 위법 판단의 기준이라는 게 항소심의 시각이었다. 이는 용역회사 직원들이 강제집행을 위해 김씨의 손을 작업대에서 떼어낸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항소심은 김씨의 손가락 상해를 가리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위험”이라고 했다.

김씨 측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는 집행권한이 있는 공무원에게 국한되고, 용역 등 보조자는 법에 명시됐거나 긴급한 위험이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유형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집행관의 안전 관련 지시도 없었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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