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권 행사 않는다’ 특약…임대인 요구로 문서화해도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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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4. 오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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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2법 주요 쟁점 정리해보면

임대인 실거주로 계약갱신 거절 시
객관적 입증자료 요구할 수 있어

5% 증액 동의 의무사항 아니고
초과 땐 무효…반환 청구 가능

이사 나간다고 했다가 번복 가능
임대인 새 계약맺으면 번복 안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이 지난 7월31일 시행된 뒤 한달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개정안 시행과 관련된 쟁점이 뚜렷해지고 이에 대한 법률 해석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2006년 처음 임대차 2법을 제안한 참여연대의 변호사들과 함께 임대차 2법과 관련된 쟁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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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 살던 임대인이 갑자기 일산에 실거주한다는데

임대차 2법 관련 상담이 쏟아지고 있는 서울시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의 한 상담사는 “상담 사례 중 임대인 4인 가족이 원룸에 실거주하겠다고 하거나, 지방에 사는 임대인이 서울에 실거주하겠다고 하는 등 의심이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에도 ‘잠실 대형 평수에 사는 임대인이 일산 소형 평수에 실거주하겠다고 한다’, ‘보증금을 5% 이상 올려달라고 해서 거절하니 갑자기 실거주하겠다고 한다’ 등 ‘허위 갱신 거절’이 의심되는 상담 사례가 여럿 접수됐다. 이같은 허위 갱신 거절은 법 위반 사항으로, 사후에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다. 정부는 이번에 갱신 거절을 당한 임차인이 기존 임차주택의 임대인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 전입세대와 확정일자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갱신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실거주’ 여부에 대한 확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임차인의 권리행사를 거절하려면 임대인이 실거주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기존 주택을 처분한 계약서나 자녀 결혼 청첩장 등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임대인이 실거주할 사람한테 매도한다면

갱신 요구 기간(계약 종료일 6개월 전~1개월 전)에 들어가 있는 임대주택을 임대인이 매도한다고 하면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지난 10일 법무부와 국토부가 내놓은 유권해석을 보면, 임차인이 갱신 요구를 했을 때 임대인이 집을 매물로 내놓은 것만으로는 갱신 거절을 할 수 없다.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상태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에게 집을 매도한다고 해도, 임차인의 갱신된 계약 기간 2년을 보장해야 한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갱신 의사가 도달한 시점에 정당한 거절 사유 없이 임대차가 갱신되면, 그 뒤 주택을 매수한 사람은 이미 갱신된 임대차 관계를 승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임차인이 갱신 요구를 했을 때 이미 소유권 등기가 매수인 앞으로 넘어간 상태라면 매수인이 소유자로서 실거주 권리를 인정받는다. 김 변호사는 “임대차 종료 시점이 6개월 이내인 주택을 매수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임차인이 갱신 요구를 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5% 초과 증액에 합의했다면

주임법 개정으로 새로 생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 월세(차임)와 보증금은 5%의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 그런데 5%가 넘는 증액에 ‘합의한’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가 중요하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는데 5% 넘는 증액이 있었다면, 서로 합의하였더라도 5%를 초과하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박현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주임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였고, 만약 증액 비율을 초과하여 차임 또는 보증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상당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는, 5% 이상의 증액 합의도 유효하다. 대신 2년 이후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갱신요구권을 행사한다는 뜻을 임대인에게 밝히고 5% 초과 증액에 합의했다면, ‘초과 증액’을 이유로 갱신요구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 변호사는 “계약갱신요구권의 특성 상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법률관계가 확정되기 때문에 임차인이 10% 인상을 해준 사실만으로 이미 행사해버린 갱신 요구권이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 경우에는 단지 임차인이 5%를 초과하는 임대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 무조건 5% 올려줘야 하나

임대인이 요구한다고 무조건 5% 증액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 갱신 때 보증금과 월세 증액 비율은 임차인과 임대인이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 전월세상한제는 인상률의 상한을 5%로 정한 것일 뿐, 5% 인상을 꼭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를 둘러싸고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대료 증액 못한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무조건 ‘5% 인상’에 합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쪽 해석이 ‘임대료 인상’ 자체로 왜곡되면서 생긴 논란으로 보인다. 계약 갱신 및 임대료 증액 등에서는 당사자 간 ‘합의’가 최우선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는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에게도 부담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에 임차인이 5% 이내에서 이뤄지는 임대료 증액을 막무가내로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

■ 갱신요구권 행사 안 한다는 특약을 넣자고 하면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특약’을 주택임대차계약서에 포함시키자고 요구하는 임대인들도 나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보면, 자녀 학교 문제로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5%가 넘는 증액을 요구하면서 ‘다음 임대차 계약 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는 문구를 넣자고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강훈 변호사는 “임차인이 행사하지도 않은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를 미리 포기하게 하는 문구를 합의한 것은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무효가 된다”며 “이런 합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임차인으로서는 2년이 지나 계약 협의과정을 다시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있으므로 계약서에 이같은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계약 갱신 안 한다고 했는데, 번복할 수 있나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는 ‘임차인이 계약만료기간에 맞추어 나가기로 했으나 이를 번복하고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행사할 수 있다’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임대인이 제3자와의 임대차 계약이나 매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그 사이 임대차든 매매든 제3자와 계약하면 갱신 요구를 다시 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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