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못낸 상속세 20억, 대신 내야 하나요?[도와줘요, 상속증여]

김현진 기자 입력 2022. 2.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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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 자산가 A씨는 사망하기 전 고민이 많았다. 고령인데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만약 A씨가 사망한다면 자산은 자녀들이 상속 받을 예정이다. 배우자는 이미 몇 년 전에 사망했다. A씨는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첫째는 착하고 성실하여 큰 걱정이 없었지만 둘째는 게으르고 낭비벽이 있어 평소 고민이 됐다.

A씨가 사망하면 어차피 두 자녀가 반씩 나누어 상속을 받게 될 텐데 둘째의 경우 일시에 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탕진할 수 있을 것이 우려됐다. 첫째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었던 A씨는 재산에 욕심을 내지 않고 둘째와 공정하게 반씩 나누어 가지겠다는 첫째의 마음씨를 기특하게 여겼고, 걱정이 되었지만 더 이상 상속재산의 분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결국 몇 년 뒤 A씨는 별다른 유언 없이 100억원의 상속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상속재산 5대5로 공정하게 분배하면 끝?

장례를 무사히 치른 두 자녀는 절반씩 상속재산을 나누어 가지기로 합의하고 세무사에게 확인해 보니 100억원의 상속재산이라면 대략 40억원의 상속세가 나온다고 하였다. 첫째는 둘째와 50억원씩 나누어 가지고 세금도 절반씩 20억원씩 내고 나면 30억원의 상속재산이 남겠구나 생각하였다. 세금이 아깝긴 했지만 30억원이면 본인이 크게 무리하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본인의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이러한 재산을 물려준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둘째의 생각은 달랐다. 거액을 상속 받는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들이 같이 사업을 하자고 유혹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 상속재산 50억원을 불려서 더 큰 돈을 벌고자 한 것이었다. 결국 욕심이 많았던 둘째는 사기를 당해 두 달 만에 본인이 상속받은 50억원 뿐만 아니라 얼마 없던 본인의 재산까지 모두 날리고 말았다.

첫째는 둘째의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아버지의 말씀대로 자신이 많이 받고 관리하면서 동생을 도와줬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겠구나 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동생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본인은 무리하지 않고 상속재산 30억원을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몇 달 후 첫째에게는 아버지의 상속재산 50억원중 10억원밖에 남지 않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첫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납된 상속세는 다른 상속세 납부의무자가 연대해 책임

첫째에게 남은 상속재산이 30억원이 아닌 10억원이 된 이유는 상속세의 연대납세의무 때문이다. 둘째는 50억원을 상속받았지만 투자를 하다 모두 날려버렸다. 두 자녀가 내야할 상속세 합계 40억원 중 본인 몫인 20억원을 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둘째가 50억원을 상속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몫의 상속세를 내지 못하게 되면 첫째가 둘째의 상속세까지 납부하여야 한다. 이것이 상속세의 연대납세의무다. 결국 첫째는 50억원의 상속재산 중 본인이 내야할 상속세 20억원 뿐만 아니라 동생의 상속세 20억원까지 내야했고 40억원의 세금을 내고나니 10억원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자기 몫의 세금만 내면 되는 줄 알았던 첫째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렇게 다른 상속인의 상속세를 대신 내준 후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둘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봤자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약 첫째 입장에서 상속세 연대납세의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리고 둘째가 상속세를 내지 않고 상속재산을 탕진해 버린 경우 본인이 그 세금까지도 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A씨가 상속재산을 더 주려고 했을 때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재산에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큰 화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자녀들의 자산관리능력과 성향을 고려한 상속플랜이 필요

고액의 복권이 당첨된 사람들이 몇 년 되지 않아 수억의 재산을 다 탕진하고 불행하게 살거나 범죄를 저지른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 많은 돈을 어떻게 저렇게 순식간에 날려버릴 수 있을까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산 형성을 위한 노력과 과정 없이 큰돈이 한꺼번에 생기면 자제력을 잃고 무분별한 소비하거나 사기를 당해 그 자산들을 순식간에 날리는 경우가 많다. 자산을 관리할 능력과 소비를 조절하는 자제력이 없는 경우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갑자기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둘째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제력과 자산관리능력이 없는 둘째는 결국 사기를 당해 모든 상속재산을 잃었고 상속세 부담까지 첫째에게 떠넘기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려면 상속플랜을 세울 때부터 자녀들의 성향과 자산관리능력까지 고려해야한다. 위 사례와 같이 단순히 절반씩 상속재산을 분배하는 것이 산술적으로는 공정하나 결과적으로는 100억원 자산 중 10억원밖에 남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단기간에 탕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신탁이나 연금상품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상품들은 상속인들이 목돈을 한꺼번에 운용하는데 제약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들에게 자산관리나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단순히 상속재산을 많이 물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산관리능력까지도 상속되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공적인 상속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조정익 수석연구원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신한라이프는 자산가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에 대한 전문적 WM(Wealth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11일 ‘상속증여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상속증여연구소는 기존 부유층은 물론,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상속과 증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고객까지 확대하여 전문적인 상속증여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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