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나타난 모친…아들 사망 보험금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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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17. 오후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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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는 A씨

54년간 연락도 없다가 아들이 죽자 사망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모친에게 보험금 등의 지급을 금지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사망한 아들의 보험금 등 재산의 상속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유족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작년 초 경상남도 거제도 해상에서 침몰한 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다 실종된 50대 남성의 누나 A씨(60)는 모친에 대한 '유족 보상금 및 선원임금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결정문을 보면 법원은 보험금 지급기관인 수협중앙회가 보상금 지급을 위한 배서, 양도 등 모든 처분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소유권 보전을 위한 행위만 할 수 있다면서 보험금, 임금 등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습니다.

법원은 유족의 보상금 및 선원임금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이 이유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의 지난 1월 13일 결정문

현재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공무원에 대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아 '반쪽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법원 결정이 나와 귀추가 주목됩니다.

구하라법의 일반인 적용을 위한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으며, A씨 사연이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된 다음 날인 지난 13일에는 관련법 개정을 주도해온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A씨 동생 앞으로 나오는 돈은 사망 보험금 2억5천만 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천만 원 등 3억 원에 달합니다.

A씨는 모친과 본 소송을 통해 동생의 보험금 등에 대한 재산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일 예정입니다.

A씨는 "모친은 동생이 3살, 내가 6살, 오빠가 9살 때 재혼해 우리 곁을 떠난 후 연락도 한번 없었고, 찾아보지도 않았다. 동생은 평생 몸이 아파 자주 병원 신세를 졌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도 먹지 못하고 얼굴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54년 만에 나타나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챙기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습니다.

그의 부친은 동생이 태어나기 전 돌아가셨고 동생은 결혼하지 않아 부인이나 자식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할머니와 고모가 어려운 형편에도 우리 3남매를 키워주었다. 그들이 보험금을 받아야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친은 동생의 보험금 등을 우리와 나누지 않고 모두 갖겠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 모친이 동생의 돈을 모두 가지려 한다면 양육비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현재처럼 공무원만 적용되는 반쪽짜리 법이 아닌 전 국민에 해당하도록 제대로 실행시켜 달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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