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준 생활비 아껴 저축, 증여세 날벼락[도와줘요, 상속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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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25.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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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결혼 11년차 한절약씨는 남편이 자영업을 하고 있다. 남편의 오랜 영업 노하우 덕분에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 생활비를 한달에 800만원씩 받고 있다. 한절약씨는 남편이 주는 돈을 아껴 쓰다 보니 생활비는 300만원으로 충분했고, 나머지 500만원은 매월 저축 할 수 있었다. 그런 절약씨 옆집에는 나펑펑씨가 살고 있는데 펑펑씨도 남편으로부터 생활비를 한달에 800만원씩 받고 있다. 그러나 펑펑씨는 원래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서인지 소비 수준이 높아 절약씨와는 달리 생활비 800만원을 저축하지 않고 매월 모두 소비했다.

한절약씨는 생활비를 아끼지 않고 모두 쓰는 나펑펑씨가 부럽기도 했지만, 여유가 있을 때 더 아끼는 것이 나중에 훨씬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참았다. 그렇게 매달 500만원씩 저축 했던 돈은 10년간 모여 어느새 6억원이 되었고 절약씨는 예금, 적금, 펀드, 보험 등 다양한 곳에 분산 투자하며 관리를 했다.

남편에게 받은 생활비도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최근 한절약씨 부부는 아파트를 부부공동명의로 하는 것이 추후 양도세나 상속세 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신문 기사를 보게 되었다. 현재 부부는 남편 명의의 시가 15억원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터라 부부간 증여세 면제금액인 6억원만큼 절약씨에게 증여하면 증여세 없이 6:4 지분비율로 공동명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절약씨 부부는 이를 통해 나중에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배우자 증여 후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변경했다.

그런데 얼마 뒤 한절약씨는 과세관청으로부터 억대의 증여세를 납부하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부부가 배우자 증여공제한도인 6억원만큼 증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세금이 나온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아파트 공동명의를 진행하며 증여받은 6억원뿐만 아니라 절약씨가 남편에게 받은 생활비를 10년 동안 아껴서 모은 돈 6억원까지 합해서 총 12억원이 증여받은 돈이라는 것이다. 절약씨는 부부가 생활비를 아끼고 저축해서 모은 돈이었는데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또 차라리 옆집 나펑펑씨처럼 돈을 다 써버렸으면 세금도 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망연자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비과세되는 증여재산 항목을 두고 있으며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 등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문제는 과연 어느 수준까지가 생활비라고 인정될 수 있냐는 것이다. 각 가정마다 경제수준과 소비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생활비인지 증여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준 것으로만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면 생활비로 위장한 고액의 증여에 대해서도 과세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현실적인 과세 문제 때문에 국세청은 생활비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려면 사용목적에 맞게 지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나펑펑씨의 경우는 배우자로부터 받은 돈을 실제 생활비로 다 써버렸기 때문에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한절약씨의 경우는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 전부 생활비 목적으로 쓰이지 않고, 남은 돈을 저축하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증여로 보고 증여세가 부과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엔 참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겠지만 알고 있어야 할 부분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배우자간 증여 10년간 6억까지는 세금없지만···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생활비를 아껴 배우자 명의로 투자한 것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기는 힘들 것이다. 배우자간 증여에 대해 10년간 6억까지는 공제되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절약씨 부부도 아파트 공동명의를 위한 증여를 하지 않았다면 생활비를 아껴 투자한 금액이 6억이 넘지 않기 때문에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생활비를 아껴 투자한 금액이 증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발생한다. 아파트를 증여한 시점으로부터 지난 10년간의 사전증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10년간 생활비를 투자한 증여액 6억원이 아파트 증여액 6억과 합산되어 총 12억원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된 것이다. 이처럼 증여세를 계산할 때에는 현재시점의 증여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사전에 증여받은 금액도 합산되는 것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생활비 명목으로 배우자에게 준 금액이라도 생활비로 소비되지 않고 투자된다면 증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최근 부동산 관련 세금문제로 부부간, 가족간에 증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세금은 일반인에게는 참 어려운 문제다. 세법을 잘 알아보지 않고서 무작정 증여를 한다면 추후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여를 실행하기 전에 꼭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사전에 계획을 세우길 추천한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조정익 수석연구원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신한라이프는 자산가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에 대한 전문적 WM(Wealth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8월 11일 ‘상속증여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상속증여연구소는 기존 부유층은 물론,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상속과 증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고객까지 확대하여 전문적인 상속증여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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