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없어도 상속’ 형제자매 유류분 권리, 40년 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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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09. 오후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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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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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민법 일부 개정안 입법 예고
40년 전 대가족제 전제로 한 규정, 망인 유언 제한·재산 분쟁 일으켜
25살 이상 독신, 친양자 원할 땐 양육시간 등 ‘까다로운 심사’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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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사회 1인 가구 비중은 31.7%에 달했다. 많은 이들이 배우자나 자녀 없이 살아가고 있다. 상속 전문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상속 분쟁들을 보면 망인이 미혼 또는 이혼한 독신자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또 친형제인데도 연락처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우리 민법은 배우자, 자녀(직계비속), 부모·조부모(직계존속) 등에게 상속 1·2순위를 준다. 상속 분쟁 대부분은 망인의 자녀·배우자 등 공동상속인 사이에 벌어진다. 처자식 등이 없는 망인의 경우 그 형제자매에게 법적 상속분을 주도록 돼 있다. 망인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단체 등에 모든 재산을 상속하고 싶어도, 생전 연락이 끊겼거나 불화 관계에 있던 형제자매까지 법적 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망인 형제자매의 이런 유류분(일정 상속인을 위해 법적으로 반드시 남겨둬야 할 유산 비율) 권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유류분 권리자 가운데 망인의 형제자매를 빼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유레카] 유류분 소송)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1977년 민법에 도입된 유류분 제도는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비속에게 각각 법정 상속분의 2분의1, 직계존속(부모·조부모 등)과 형제자매는 각각 법정 상속분의 3분의1을 유류분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로 인해 망인이 제3자에게 유증(유언을 통해 증여)을 하고 싶어도 유류분만큼은 제3자에게 넘길 수 없었다.

당시 유류분 제도는 주로 장남에게만 상속이 이뤄지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 배우자를 비롯해 다른 자녀에게도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해 주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여기에 망인의 형제자매까지 포함된 것은 1970년대까지도 대가족제를 바탕으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부양하며 재산을 모으는 ‘가산’ 관념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나면서 대가족제를 전제로 한 가산 관념이 흐릿해졌고, 형제자매의 경우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망인의 유언을 제한하고 재산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아왔다.

지난 5월 법무부 ‘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 티에프(TF)’에서도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2018년 법무부에서 실시한 ‘상속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가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해 피상속인 유언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고 가족제도를 새로운 시대적 요청과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독신자도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날 법무부는 25살 이상 독신자 가운데 혼자 자녀를 기를 능력이 충분한 경우,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및 가사소송법 일부 법률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1인 가구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법과 제도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친양자 입양은 일반 입양과 달리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끊고 양부모와의 관계만 인정한다. 양부모의 성을 따르고 상속도 양부모를 통해서만 받는다. 지금은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친양자 입양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혼 독신자의 경우 친양자를 키울 의사와 능력이 있더라도 친양자를 입양할 수 없고 일반 입양만 할 수 있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친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25살 이상인 자는 친양자 입양이 가능해진다. 다만, 입양 심사 때 가정법원으로부터 양육시간과 입양 후 양육환경 요소 등 심사를 추가로 받게 된다.

한편 법무부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인 배우자나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열람하거나 발급받는 것을 제한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일부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제한 없이 증명서를 볼 수 있어 피해자 개명 확인 등을 통한 추가 범죄 우려가 있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바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증명서 교부·열람·발급이 제한 되고, 가해자 본인 증명서를 발급할 경우 피해자 개인정보는 별표 처리한 뒤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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