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세, 남의 일 아니네…집 한채 물려받아 세금도 집 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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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31. 오후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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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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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는 삼성 같은 부자들 얘긴 줄만 알았는데…"

지난달 부친을 여읜 40대 직장인 A씨는 상속세로 2억5000원가량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2년 전 모친이 돌아가신 뒤 홀로 사시던 부친이 남긴 아파트의 집값이 오른 게 원인이었다. 부친이 2013년 4억5000만원에 산 아파트가 2018년 7억원대가 되더니 올해 15억원을 넘어섰다.

A씨는 "경황이 없는 와중에 2억원이 넘는 현금을 6개월 안에 마련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당황스럽다"며 "부모님과의 추억이 있는 집이지만 세금을 내려면 팔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산층 노후 변수로 떠오른 상속세



자산가의 몫으로만 여겨지던 상속세가 중산층을 파고 들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여파다.

그동안 중산층은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상속공제 5억원을 받으면 상속세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세금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용면적 60∼85㎡의 서울 아파트의 전국 실거래 평균가격이 올 6월 기준 13억2900만원에 달한다.

수도권 아파트 1채만 물려받아도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 1채가 재산의 거의 전부인 중장년에게는 상속세가 또다른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배우자상속공제까지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상속세 부담이 더 커진다. 앞선 사례의 A씨도 모친이 이미 돌아가신 상태라 상속세가 2.5배 불었다.



'상속세 줄이자' 미리 증여 40% 늘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임대차법에 따른 공급 축소와 전세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중소형 크기 아파트에서도 초고가 전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수급난과 맞물려 서울 전역의 상승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25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 시세표. /뉴스1

20억~30억원대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강남권의 경우 상속세로 웬만한 서울 아파트 1채 가격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 미도맨션 전용 84㎡의 경우 시세가 3년 전 16억원에서 최근 26억원으로 오르면서 배우자가 있을 경우 상속세가 75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늘었다. 부모가 모두 사망해 자녀들이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는 최대 7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상속세와 증여세 신고가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도 부동산 가격 급등을 꼽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상속세 신고인원은 약 1만1500명으로 전년보다 20.6% 늘었다. 이 기간 증여세 신고는 21만건으로 41.7% 늘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리 증여하는 사례까지 급증했다는 얘기다.



최대주주 주식 상속은 할증까지…60%가 세금



상속세는 고인이 남긴 토지, 건물, 금융자산, 유가증권(주식) 등의 모든 재산을 합산해 과세한다. 현행 상속세율은 10~50%로 5단계의 누진 구조다. 1억원 이하는 10%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30억원을 넘어서면 세율이 50%에 이른다.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마지막 날부터 6개월 안에 상속세를 신고하고 납부하면 신고세액의 7%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기한을 넘기거나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신고불성실(20%) 또는 부정행위(40%) 명목으로 가산세를 물 수 있다.

상속재산은 '시가'로 평가한다. 부동산이라면 아파트 등의 실거래가격, 즉 사망일 전후 6개월 동안의 유사한 아파트 실거래가격이나 감정평가액이 상속세 과세 기준이 된다.

주식 상속세의 경우 사망일 전후 2개월씩 4개월 동안의 평균 주가가 기준이다. 최대주주 지분일 때는 20%를 할증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을 물려받을 경우에는 상속자산 30억원 초과에 대한 세율 50%에 합산돼 최대 60% 세율의 상속세를 물게 된다.



삼성 11조·LG 1조…빚내고 지분 팔아 세금 납부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상속세가 이런 세법에 따라 11조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3조1000억원, 이재용 부회장이 2조9000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조60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2조4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2018년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납부, 신고한 주식 상속세는 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 총수 일가의 경우 홍 전 관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8일 종가 기준 1조4258억원)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KB국민은행과 주식매각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이부진 사장도 같은 날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8일 종가 기준 2422억원),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2473억원)와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2422억원)에 대해 KB국민은행과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 검토…유산취득세 등 고개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은 맺지 않은 대신 지난달 30일자로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0%)를 추가로 법원에 공탁하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앞서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1조7000억원가량의 대출을 받은 사실도 공시됐다.

재계에서는 삼성 총수 일가가 서울 장충동 1가 저택을 196억원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 이선호 제일제당 부장에게 매각한 것도 상속세 재원 마련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속세 문제가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중산층으로 확대되면서 정부도 점검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여부 등을 묻는 질의에 "상속세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어떤 제도 개선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유산취득세는 피상속자가 물려주는 전체 재산이 아닌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세금으로 상속자의 부담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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